농식품 수출다변화 외쳐도…日·中·美 편중 여전히 '심각'
농식품 수출다변화 외쳐도…日·中·美 편중 여전히 '심각'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8.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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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이어 문재인 정부서도 3개국 수출비중 50%↑
'경제갈등' 일본 10년간 평균 25%…의존도 가장 커
농식품부, 유망시장 개척 물류비용 상향조정·원료구매 융자 이자감면 '검토'
신남방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필리핀의 국제식품박람회(WOFEX 2019)에 관람객이 한국의 족발구이를 시식하고 있다. (사진=aT)
신남방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필리핀의 국제식품박람회(WOFEX 2019)에 관람객이 한국의 족발구이를 시식하고 있다. (사진=aT)

일본 아베정부로 촉발된 수출규제가 한·일 간의 무역갈등으로 확산되면서 ‘시장다변화’라는 과제가 놓인 가운데, 농식품 수출은 10년째 일본과 중국, 미국 등 3개국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지금의 문재인 정부 모두 농식품 수출 다변화를 외쳤지만, 실제 결과와 괴리가 커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5일 본지 취재 결과, 정부는 일부 국가에 편중된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차원에서 남은 하반기에 식품 수출업체의 물류·운송비와 원료구매비용 지원 강화, 동남아 등 유망시장에서의 맞춤형 마케팅·판촉행사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0년간(2009~2018년)의 농수산식품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수출 비중 면에서는 일본과 중국, 미국 등 3개국에 대한 편중이 컸다.

실제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 농수산식품 전체 수출액 48억930만달러(5조8300억원)에서 일본 15억8000만달러, 중국 5억6500만달러, 미국 4억6700만달러 등 세 나라는 26억1200만달러(3조1610억원)를 기록하며 54.3%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에는 전체 80억달러(9조6800억원)에서 세 나라의 수출비중은 43억3400만달러(5조2450억원, 일본 23억9000만달러·중국 12억8000만달러·미국 6억6400만달러)로 54.2%며, 3년 전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었다.

박근혜 정부 3년차인 2015년을 살펴보면 전체 80억2800만달러(9조7200억원) 중 3개국은 40억5200만달러(4조9000억원)를 기록해 전체 수출비중의 50.4%를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 2년차인 지난해는 전체 수출액 93억달러(11조2600억원)에서 일본과 중국, 미국에서만 46억6400만달러(5조6500억원) 규모의 우리 농식품이 유통됐는데, 비중으로 따지면 50.2%로 여전히 절반을 차지했다.

올 7월 기준으로 보면 일본 12억5800만달러, 중국 9억2700만달러, 미국 6억5500만달러 등 총 28억4000만달러(3조4400억원)로, 전체 55억4000만달러(6조7100억원)에서 절반을 상회하는 51.2%를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2012년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 ‘수출농업’을 적극 전개하며 시장 다변화를 자신했지만, 결과적으로 100억달러 달성 실패는 물론 정권 내내 일본과 중국, 미국에 대한 의존도만 높였다.

박근혜 정부도 수차례 농식품 수출시장 다변화를 공언하면서, 중동·동남아 등의 할랄(HALAL, 무슬림이 먹고 쓰는 제품의 총칭)시장을 집중 공략했으나 결과적으로 3개국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컸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핵심 기조로 삼고, 중앙아시아·아세안(ASEAN) 등 수출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만 살펴보면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이다.

수출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 나라는 기본적으로 교민시장이 크고, 우리와 정치적·경제적 연관성이 깊어 수출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바꿔 말하면 언제라도 양국 간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 식품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정부가 시장 다변화를 공언했지만 나름의 ‘안전판’을 만들지 못하면서, 여전히 3개국에 대한 의존도가 큰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큰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본은 10년간 우리 농식품 제1의 수출시장의 자리를 지키면서, 전체 수출액의 평균 1/4을 차지했다. 올 7월 현재도 수출액의 22.7%가 일본시장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의 독도분쟁에 따른 대(對)일본 수출 타격, 박근혜 정부 시절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은 검역·통관 등 비관세장벽 강화와 함께 반한·혐한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우리 농식품 수출에 적잖은 피해를 끼쳤다.

더욱이 현재 한일 간의 경제전쟁이 심화된 가운데, 일본도 언제든지 한국식품에 대한 비관세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수출업체의 물류·운송비용 지원 상향 조정과 함께 식품기업의 원료구매자금(농식품 글로벌육성지원자금) 융자 이자 감면을 기획재정부와 논의하고 있다”며 “한류 인지도가 높은 유망시장에서의 판촉·홍보행사도 온·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해 당초 계획보다 더욱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