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흰쌀밥 한 공기보다 더? '흑당'의 배신
[기자수첩] 흰쌀밥 한 공기보다 더? '흑당'의 배신
  • 김소희 기자
  • 승인 2019.08.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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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흑당’을 기반으로 한 제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관련 인증사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등 말 그대로 ‘흑당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흑당(black sugar)은 사탕수수즙을 끓이고 졸인 후 식혀서 굳힌 것으로, 흑설탕(brown sugar)과 달리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아 영양소가 살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흑당을 ‘자연의 단맛’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며 ‘흑당=건강식품’이라는 생각에 일부러 흑당 제품을 섭취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흑당의 당류 함량과 칼로리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른바 ‘흑당의 배신’이다.

실제 이와 관련해 서울시와 소비자시민모임이 올해 5~6월 서울시내 흑당음료 판매점 6개 브랜드의 30개 제품을 수거한 뒤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당류 함량을 검사한 결과, 308.5그램(g)인 흑당음료 1컵에 무려 41.6g의 당분이 들어 있었다. 

이는 각설탕 14개에 달하는 수치이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일일 당류 기준치(100g)의 41.6%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당류 권장섭취량이 50g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칼로리도 마찬가지다. 흑당음료 1컵(400g가량)의 칼로리는 최저 288kcal에서 최고 438kcal로, 쌀밥 1공기(210g)의 평균 칼로리인 313kcal보다도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음료의 양이 쌀밥의 양보다 많다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해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사탕수수의 영양소가 함유돼 있고 정제를 하지 않아 건강에 해롭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오판인 셈이 됐다.

이번 흑당의 배신이 유행을 지나치게 쫓는 사회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길 바란다. 또한 이를 통해 다양한 트렌드를 따라가기에 앞서 정확한 정보를 우선 파악하는 등 올바른 소비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