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 부친 심폐소생술 포기 서명 강요는 '인권 침해' 
10대에 부친 심폐소생술 포기 서명 강요는 '인권 침해'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08.2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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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행복추구권 및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
(사진=연합뉴스/연합뉴스TV 제공)
(사진=연합뉴스/연합뉴스TV 제공)

미성년자 자녀에게 아버지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 서명을 요구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1일 최근 진정을 제기한 김모(49)씨 사례에 대해 이같이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김씨는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측은 이 과정에서 중환자실이 없어 환자에게 심근경색이 오더라도 즉시 치료할 수 없다며 심정지나 호흡곤란이 발생해 사망해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했다. 

병원은 이 각서를 처음에 김씨 보호자인 그의 모친에게 요구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자 15세인 딸에게 연락을 취해 서명을 받아냈다.   

이에 김씨는 병원 측이 미성년자인 딸에게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 서명을 강요해 딸이 날인하게 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러한 진정에 대해 행복추구권 침해 및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는 “김씨가 자해 위험이 있어 병원에 응급입원한 것이지만 의사 표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생명 연장 포기 동의서를 법적 대리인도 아닌 미성년 자녀에게 요구하는 것은 헌법서 보장하고 있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또 “병원은 입원 중인 환자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응급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미성년 자녀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각서를 요구했다”며 김씨와 미성년 자녀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