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안 없는 정책에 기업은 한숨
[기자수첩] 대안 없는 정책에 기업은 한숨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8.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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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약 50일이 지났다.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갈증이 컸던 만큼 긍정적이란 반응이 대부분이다. 퇴근 이후 여가를 즐기기 위해 문화센터를 찾는 직장인이 많아지자 ‘문센족’(문화센터족)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그렇다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도가 한여름에 시작된 탓에 에어컨 등 가전제품 수리기사는 귀한 손님이 됐고, 빙과제품 공장은 한창 바쁜 봄부터 가을까지 일손 부족에 시달리게 됐다.

주류업계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이 같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더위가 시작되면서 맥주를 찾는 소비자는 늘었는데 정작 공장에서 물량을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모 기업은 최근 출시한 신제품의 인기에도 제품과 전용 용기 생산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해 걱정하고 있다.

사람이 필요한 만큼 채용하라는 반박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은 채용 이후 교육을 거쳐 실제 업무에 투입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이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 등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더구나 출산율과 음주량 감소로 시장 규모가 작아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건비 지출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하는 시간을 차츰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준비 없이 제도가 시행돼 생긴 부작용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큰 틀은 유지하되 업종마다 다른 특성을 고려해 적용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취지는 노동하는 인간과 놀이하는 인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이를테면 정부가 휴식이 보장되는 삶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만 보면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한 셈이다.

다만, 충분한 논의와 실효성 있는 대안 없이 시행된 제도는 업계의 성장을 막는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이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