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빙의소설, 정치풍자 극화
조선 빙의소설, 정치풍자 극화
  • 최경녀기자
  • 승인 2009.02.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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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공찬전’ 3월6일∼4월5일 서울 충무아트홀
문신 채수(1449~1515)가 1511년에 쓴 소설 ‘설공찬 환혼전(薛公瓚 還魂傳)’을 바탕으로 만든 연극 ‘설공찬전’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설공찬전’은 저승에서 내려온 귀신 ‘설공찬’의 강령기다.

아버지에게 못 다한 효를 행하고자 사촌동생의 몸을 빌려 관직에 오르려 하는 공찬이다.

그러나 곧 관료들의 부패, 현실의 부정함을 깨닫고 관직에 오르려는 꿈을 버린다.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한다.

채수의 소설은 귀신의 강령기를 다루며 당시 정치현실과 세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백성을 현혹시켜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는 이유로 금서 낙인이 찍힐 정도였다.

조선왕조실록은 1511년(중종 6) 사헌부가 이 이야기를 윤회 화복지설(輪廻 禍福之說), 즉 매우 요망한 것으로 여겨 문자로 베끼거나 언문으로 번역해 읽는 것을 금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설공찬전’은 488년 전의 정치 세태를 비꼰 작품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도 절묘히 적용된다.

공찬이 사람들의 몸을 드나들며 내뱉는 말들은 관객들을 후련하게 한다.

2003년 초연 이후 ‘조선 최고의 빙의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진순, 정재성, 김영은, 최재섭, 김은희, 김로사 등이 나오는 ‘설공찬전’은 3월6일부터 4월5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