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젊은 청춘은 왜 자꾸 먼저 가는가?
[기자수첩] 젊은 청춘은 왜 자꾸 먼저 가는가?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9.08.20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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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해변에 다다르자 우뚝 솟은 아파트 한 동이 시야에 들어온다.

내비게이션이 목적지로 가리키고 있는 이 곳은 얼마 전 건설용 리프트 추락사고로 3명의 사망자와 1명의 중상자를 낸 '속초 조양동 서희스타힐스 주상복합' 공사 현장이다.

근처에 차를 대고 주변을 둘러봤다. 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이 한 창 많을 주말 낮 시간이지만, 해변과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라 그런지 조용하다.

굳게 닫힌 공사장 입구 철문에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강릉지청에서 발급한 '전면작업중지명령서' 2장이 습기를 잔뜩 머금은 채 붙어있다.

작업중지명령서에는 '안전조치를 완료한 후 지방노동관서장의 확인을 받아 작업을 재개하기 바란다'는 내용과 함께 지난 14일 발생한 중대재해 사실이 적혀있다.

3명의 청년이 목숨을 잃기 전에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좋았을 것을…… 착잡한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웠다.

철문에 붙은 또 하나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도 무재해 현장, 우리 모두 무재해 운동에 참여합시다.' 이 문구는 현장 작업자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이 주상복합 상가에 붙일 유리들이 현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길가에 쌓여 있다. 그중 몇 개는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깨진 상태다. 기자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유족들의 마음을 보는 듯해 다리에 힘이 풀린다.

사고가 발생한 건물 면을 보기 위해 현장 옆 골목을 따라 걸었다. 부러지고 남은 리프트 구조물이 보인다.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자니 나이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이 말을 걸어오신다.

"늙은이가 가야 하는데, 자꾸 젊은 사람들이 가"라며 안타까워하신다.

'자꾸'라는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반복되는 사고와 반복되는 대책. 이번 사고는 또 어떤 대책을 불러올 것이며, 또 어떤 사고가 새로운 대책을 비웃을 것인가.

많은 기자들이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는다. 그러나 비극의 한 주를 보낸 속초 해변의 현장은 기자에게 답을 주기보다 더 어려운 숙제를 냈다.

왜 젊은 청춘들이 자꾸만 먼저 가야 하는가?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