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전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서 발생한 '방위병의 총기 난사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국민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권익위는 '방위병의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관련해 당시 군의 총기 관리 부실 등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재조사 또는 재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방부에 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사건은 덕적도 근무 방위병이 민간인에게 총기를 난사해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다.
해군이 권익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덕적도에서 방위병으로 근무하던 A씨(당시 23세)는 B씨를 짝사랑했지만, B씨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자 불만을 품었다.
이에 A씨는 1975년 5월 29일 저녁 무기고에서 M1 소총 1정과 실탄 8발을 훔쳐 다음 날 새벽 3시께 B씨의 집에 침입해 가족들을 사살했다.
당시 B씨의 아버지(당시 45세)와 어머니(당시 42세)는 총격으로 사망했고, B씨의 동생 C씨는 복부 관통상을 입었다. B씨에게 쏜 총격은 빗나갔다. 이후 A씨는 인근 주택에서 자살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당시 해군 헌병대는 A씨가 자살했기 때문에 불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 사건으로 졸지에 부모를 잃은 4남 1녀의 어린 자녀는 덕적도와 인천 등지로 뿔뿔이 흩어져 식모살이하거나 친척 집 등에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다.
군은 이들 자녀들에 대한 지원은 커녕 피살된 부모의 장례 지원 등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다.
이에 친척 일부가 월미도에 있는 부대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찍소리도 하지 말라. 조용히 있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라는 협박을 들었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사고가 난 1975년이 유신체제 및 군사정권 시기였고, 이후에도 10여 년간 군사정부가 이어지면서 이 사건은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자녀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권익위에 사건의 내막을 알리고 재조사와 보상대책 등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무기 및 탄약 관리 소홀이 사건 발생의 근본 원인인데도 당시 발생 경위와 책임자 등에 대해 어떤 조사나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부대의 협박 등 피해자가 국가에게 손해배상 등 권리구제를 요구하는데 객관적인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건을 재조사 또는 재수사하라"고 판단했다.
권근상 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군인의 불법행위로 국민이 억울하게 피해를 당했다면 국가가 이를 배상하고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객관적인 재조사가 이뤄져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