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배우 토마스 맥도넬(Thomas Mcdonell)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나름 유명인사다. 미국의 대표 프랜차이즈 햄버거가 연상되는 이름 덕에 다분히 미국적일 것 같지만 의외로 ‘한국(어) 사랑’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영화 ‘포비든 킹덤’으로 데뷔해 ‘라이프 애프터 베스’로 이름을 알린 그는 미국 드라마 시리즈 ‘The 100’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올해 한국나이로 33살인 그를 스크린 속 모습으로는 기억하지 못하는 한국인들도 ‘한국어 사랑’에 빠진 미국 배우로는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그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한국인 못지않은 위트 있는 한글 게시글들을 볼 수 있다.
지난달에는 후쿠시마 지역에서 방역복 차림의 사람들이 벼를 수확하는 사진을 게시하고 “추수할 때도 저렇게 하는데 하물며 그걸 먹는 사람은 어떻게 되겠어요”라는 게시글을 남겨 화제가 됐다. 한일 외교 갈등이 깊어지던 시점에 던진 의미심장한 게시글이었다.
19일 한국 외교부 권세중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은 주한 일본대사관 니시나가 도모후미(西永知史) 경제공사를 초치했다. 국제환경단체가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권 국장은 이와 관련해 니시나가 공사에게 국제환경단체의 주장이 사실인지, 또 향후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처리계획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2011년 3월11일 9.0의 지진이 일본 동북부를 강타하며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 1호기의 냉각장치가 멈추고, 그로 인해 수소폭발이 일어나는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수일에 걸쳐 3호기와 2호기, 4호기에서도 수소폭발이 발생하고 폐연료봉 냉각 수조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방사성물질이 다량 유출되고 심각한 대기와 해양의 방사성 오염을 불러왔다.
우리도 상당한 불안감을 갖게 됐고 정부의 조사 결과 각지에서 방사성 오염물질이 검출 됐지만 인체에 무해한 수준인 것으로 발표되면서 후쿠시마 원전은 기억 속에서 사려져 갔다. 그러던 것을 토마스 맥도넬이 다시 꺼냈고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건이 다시 우리 기억을 살리고 있다. 한일갈등과 맞물리며 일각에선 2020도쿄올림픽 출전 중단까지 거론될 정도다.
하지만 한일관계 압박카드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인접국으로서 정부는 그간 당연히 꾸준하게 일본의 원전 처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국제사회에 설명할 것을 요구 했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는데 정부의 투자가 이뤄졌어야 했다. 지금부터라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것에 대비해 후쿠시마 원전 관련 기초자료 연구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
그리고 토마스 맥도넬을 세계 한국 홍보 대사로 임명하는 것도 고려해 보자.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