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정부혁신의 첫걸음, 갑질근절과 규제혁신으로부터
[기고칼럼] 정부혁신의 첫걸음, 갑질근절과 규제혁신으로부터
  • 신아일보
  • 승인 2019.08.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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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덕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장
 

 혁신(革新)은 짐승의 껍질(皮)을 가공해 가죽(革)으로 만드는 일에서 유래된 말이다. 털과 살점이 붙어있어 사용할 수 없던 껍질은 무두질과 같은 매우 복잡하고 인내를 요하는 과정을 거쳐 사람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죽으로 변모한다. 그렇기에 새로울 신(新)을 붙여 혁신이라 한 것이다.

이러한 혁신은 정부 관료가 잘못된 규정 등을 고치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우리 사회가 무사 안일한 조직, 묵은 관습 등을 버리고 보다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커뮤니티로 변화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조직은 살아 숨 쉬는 유기체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현상을 받아들여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되어 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이 1,800조원을,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 달러를 넘어서는 세계 12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한다. 국민들의 민주의식도 촛불시위를 통해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끌어 낼만큼 성숙해 외국 언론 등에서 모범적인 민주주의가 발현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 정부에 대한 신뢰수준, 공공부문에 대한 부패수준의 성적표는 암울한 실정이다. 2018년 기준 국민들의 삶의 질은 OECD 40개국 중 30위, 정부신뢰도는 OECD 34개국 중 25위, 부패인식지수(CPI) 전 세계 180개국 중 45위인 상황은 그동안 상당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정부가 별로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는 것을 방증한다. 즉, 이제는 혁신을 통한 사회변화가 절실한 때이다.

혁신의 필요성을 인지한 정부에서도 2018년 3월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여 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의 실현이라는 비전과 함께 OECD 더 나은 삶의 질 지수 10위권, OECD 정부신뢰도 10위권, 부패인식지수 20위권 진입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였으며, 이를 사회적 가치 구현, 참여와 협력, 신뢰받는 정부의 3대 전략 7개 핵심과제로 뒷받침하였다.

이러한 정부혁신의 여러 과제에 갑질 근절 및 규제혁신 부문이 포함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앞서 정부에서는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수립하기 전 ‘정부혁신 해커톤’과 ‘정부혁신 국민포럼’을 개최하여 관·민의 의견을 수렴하였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부당한 공직문화와 업무관행의 개선, 현장중심의 적극행정, 효율적인 정부 등의 혁신 방향이 도출되었고 갑질 근절과 규제혁신 부문이 핵심과제로 반영될 수 있었다.

‘갑질 횡포’는 사회·경제적 측면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여 약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로 사회 구성원 간 위화감을 조성하여 사회 발전에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한다. 갑질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까닭인지 현재까지도 우리사회 곳곳에는 채용비리,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중소기업 기술 탈취, 가맹·대리점 강매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갑질 횡포가 암암리에 지속되고 있다.

다행히도, 올해 2월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갑질 횡포’에 대한 개념 및 대응요령이 정립되었다. 또한 7월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어 ‘갑질 횡포’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갑질 횡포’를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구체적 처벌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앞으로 이러한 갑질 근절 분위기가 확산되어 ‘갑질’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혁신사회로 진전되길 기대한다.

한편, 기술변화가 빠르고 수요자의 요구사항도 다양한 신산업혁명기라 불리는 오늘날에 법규와 제도는 성역이 아니라 급변하는 환경에 맞출 수 있는 보다 유연한 시스템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규제 혁신’을 통해 변화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자세야말로 공직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2018년 2월 「신산업 네거티브 규제 발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신제품·신기술의 신속한 시장 출시 등을 우선 허용하고, 필요 시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규제체계를 전환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토대로 작년 한 해 동안 산림분야에서도 기업경영림을 경영할 수 있는 업종 확대, 자연휴양림 내 반려동물 입장허용 등 17건의 규제가 개선되어 신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국민의 선택권이 다양해졌다.

우리사회의 갑질과 같은 부조리한 관행을 혁파하고, 제도 개선을 통해 사회문제를 혁신하는 과정 속에서 때로는 여러 제도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뒤섞여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충돌은 “인간의 본성에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는 새로운 발상을 위한 고통이다.”라는 말과 같이 어쩌면 혁신을 이루는 과정에서의 필연적 산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국민행복 증진’이라는 한가지 목표를 가지고 ‘혁신의 과정’을 슬기롭게 헤쳐나간다면 진정한 ‘국민행복시대’를 이룰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