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도 'No Japan'…일본산 불매운동 확산
농기계도 'No Japan'…일본산 불매운동 확산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8.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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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농민단체 중심 농기계대리점‧협동조합노조 가세
시장 30% 차지한 구보다‧얀마 등 일본산 타격 불가피
중장기적 국산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긍정적 영향 기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산 브랜드의 이앙기를 타고 이앙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산 브랜드의 이앙기를 타고 이앙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일본 아베정부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산 불매운동’이 농기계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농민단체는 물론 국내 농기계 대리점과 협동조합노조까지 가세해 일본산 농기계 불매에 나서고 있고, 관련 국민청원도 나왔다. 이에 따라 국산 농기계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 등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 등 농촌지역 농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일본산 농기계 불매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 충청남도 당진지역 농민단체들은 당진시청 앞에서 ‘일본 농자재 불매운동 결의대회’를 열고, 일본산 농기계 브랜드인 구보다‧얀마‧이세키 등의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16개 농민단체, 9만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경기지역 농민단체도 지난달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아베정부의 보복조치 철회와 사과를 할 때까지 농기계를 비롯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한다고 선언했다. 전라남도 영암군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도 ‘일본 농기계, 사지도 말고, 쓰지도 말자’라는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게시하는 등 지역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본산 농기계 불매 바람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국내 농기계 제조업체 소속 대리점을 회원사로 둔 한국농기계유통협동조합도 20일 농림축산식품부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일본산 농기계 불매운동 집회를 예정 중이다. 전국의 농협과 축협, 수협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로 구성된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역시 최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의 면담을 통해 농기계를 비롯한 범농협 차원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산 농기계를 융자지원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진행 중이다. 이는 농가가 농기계를 구입할 때 지원 받는 저리의 정부 융자를 국산과 일본산 모두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16일 기준 관련 청원에 찬성하는 사람은 2600명이 넘는다.
 
현재 국내 농기계시장에 공식 진출한 일본산 브랜드는 한국구보다와 얀마농기코리아다. 또 다른 일본산 브랜드인 이세키도 국내 제조사를 통해 수입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농기계시장에서 일본산 브랜드 점유율은 3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10% 남짓이었으나,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농가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20여년 만에 점유율이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산 불매 바람이 농기계까지 확대되면서, 대동공업과 LS엠트론, 국제종합기계 등 국내 제조사가 반사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관련업계는 농기계가 고관여 제품인 만큼 매출 증대 등 당장의 수혜를 입는 것은 무리겠지만,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경우 국산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기계는 다른 식음료‧의류 등과 달리 대당 가격이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달하는 고관여 제품이기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 쉽게 교체하거나 대체하긴 힘들다”며 “지금의 불매운동이 일본산 농기계 매출에 바로 타격을 입히거나, 반대로 국산 브랜드 매출이 즉각 늘어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매운동을 통해 일본산이 아닌 국산 농기계를 애용하자는 취지가 강한 만큼, 한창 시장 점유율을 늘려간 일본산 브랜드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대 소비자인 농가를 중심으로 일본산 거부운동이 전개되는 점을 감안할 때, 국산 브랜드가 농기계 수리서비스 질을 높이고, 무상품질 보증기간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적극 나선다면 중장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이 상승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