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이득을 보는 사람이 많을까? 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고 손해를 보는 사람은 누가 될까?
분양가 상한제 전에는 원칙적으로 시행사가 시장 가격을 감안해서 임의적으로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책정하도록 해 왔다. 아파트 등의 분양가가 시장 가격보다 높으면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미분양이 되고, 시장 가격보다 싸면 분양가에다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되는 구조다. 그래서 시행사는 분양가를 미분양이 나지 않을 최대 가격으로 받아서 사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운영해왔다.
어떤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고 가정해 보자. 시행사는 오른 시세만큼 그리고 미분양이 나지 않을 만큼 분양가를 책정해서 아파트를 분양할 것이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시장 가격과 상관없는 가격 구조를 적용받는다. 결국 시장 가격과 분양가 사이에 차이가 생기게 되고, 그 이득을 분양받는 사람이 가져간다.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분양받을 수 있으면 좋은 일 아닐까? 정답이다. 내가 시장 가격보다 싸게 분양을 받을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아무나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번 정권에서 분양 정책 기조를 보면, 무주택자에게 우선적인 내 집 마련 기회를 준다. 그리고 주거 보호 대상자인 다자녀, 신혼부부, 부양가족이 많은 가구주에게 특별 공급 형태로 아파트 청약 기회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세대주가 아니면 싼 아파트를 분양받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장기적으로 볼 때 분양가 상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 아파트 개발 이득을 시행사가 가져가면 '부(富)의 효과'로 그 돈은 시중에 풀리지만, 분양받은 사람이 이득을 가져가면 대출 등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대신 소비를 줄이게 된다.
개발을 시행사(조합)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자. 아파트 분양가를 높이기 힘들어졌다. 그냥 손해 보면서 아니면 별로 안 남기고 그냥 분양을 할까? 필자 같으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상가 같은 부분에서 최대한 이득을 취하려 할 것이다. 그러니 상가 분양가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비싼 상가를 분양받은 수분양자는 임대료를 올리고, 그곳에 입점한 상가 세입자는 음식값, 상품 가격을 올린다.
위례, 강남, 판교에선 밥값 7000원 이하짜리를 찾기 힘들다. 라면에 김밥 한 줄이라도 더 하면 한 끼 식사값이 7000원이 넘는다. 버는 돈은 뻔하니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출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러니 상권은 갈수록 위축된다. 실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세종시와 판교, 위례신도시 상가의 가격은 주변 시세에 비해 매우 높다.
좀 더 나가 보자. 회사를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장사라도 해 보려고 위례나 문정신도시에 상가를 구입했다고 치자. 그 동네 밥값은 1만원 정도로 서울 강남보다 비싸다. 장사가 될까? 비싸고, 경험 없고, 맛없으면 사업은 망하는 거다. 돈이 엉뚱한 대로 가니 경제의 활력이 안 생기는 거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 경제 펀더멘탈(fundamental)이 흔들리고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여부는 국민이 뽑아준 정권 결정해야 할 고유한 권리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불통이란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이런 부정적인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도 국민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었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매일 회사에 출근해서 비싼 밥을 먹는 내가 결국 피해를 보고 있는 거다. 그렇다고 내가 아파트를 싼값에 분양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과연 누구한테 득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