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구마’는 종교적 의식이나 주술을 통해서 사람이나 사물에 깃든 귀신을 몰아내는 것을 말하는데, 축귀(逐鬼), 액막이[度厄]라고도 한다.
구마의식은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여러 종교에서 행하여진다. 무당이 주재하는 푸닥거리, 굿 등도 구마의식 중의 하나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구마예식은 가톨릭 의식의 하나지만 세례성사, 고해성사와 같은 성사는 아니다. 악귀가 들린 부마자에게서 악령을 쫓아내는 가톨릭의 구마예식은 주교에 의해 인정받은 구마사제만이 행할 수 있다.
영화 ‘사자’(감독 김주환)는 구마사제가 격투기 챔피언과 함께 악령이 깃든 부마자들에게서 구마하는 내용이다. 구마사제가 격투기 챔피언과 함께 구마하는 점, 격투기 선수가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에게 심적으로 의지하는 점 등이 독특하다.
영화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등장하기 때문에 시원시원한 격투 장면이 많다.
용후는 구마사제 안 신부(안성기 분)을 구하기 위하여 부마자를 공격하고, 검은 사제(우도환 분) 및 그 추종자들과 격투를 벌인다. 이러한 용후의 행위는 정당방위로서 위법성이 없을까?
정당방위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발한다. 정당방위는 긴급행위의 일종으로 긴급피난, 피해자의 승낙, 정당행위 등과 더불어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사유 중의 하나이다.
즉, 어떤 행위가 범죄로 성립되려면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고, 책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도 정당방위로 인정되면 위법성이 소멸되어 그 행위는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방과의 다툼에서 자신의 행위가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면서 행위의 합법성을 항변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러한 경우 실제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경우보다는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경찰관의 위법한 긴급체포, 현행법 체포에 대항하여 경찰관을 폭행한 경우, 성폭행을 하려고 폭행하면서 키스하려는 상대방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경우, 칼을 들고 공격하는 상대방을 밀치는 경우 등은 정당방위가 인정된다.
영화에서 악귀에 조종되는 부마자가 안 신부를 넘어뜨리고 신부의 목을 졸라 살해하려고 할 때 용후가 부마자를 얼굴을 강타하여 안 신부를 구하는 장면이 있다.
용후가 부마자를 강타한 것은 신부의 생명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로서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 이 때 용후의 행위는 폭행죄나 상해죄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싸움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다.
싸움의 경우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상대방을 가해하게 된 것이므로, 이 때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다.
검은 사제로부터 공격당하여 죽어가는 안 신부를 구하기 위하여 용후는 검은 사제와 그 추종자들을 찾아가서 결투를 벌인다. 이러한 용후의 행위는 영화적으로는 멋지지만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이므로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어려워 폭행죄나 상해죄가 성립될 것이다.
만약, 구마사제인 안 신부가 악령을 몰아내기 위해서 부마자를 폭행하다가 부마자가 사망하면 폭행치사죄가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은 안수기도를 하면서 환자의 상처 부위를 반복하여 누르거나 때려서 환자를 사망하게 한 목사에게 폭행치사죄를 인정하였다.
/이조로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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