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해경 조종사 '10년 이상 복무' 서약은 법 위반"
法 "해경 조종사 '10년 이상 복무' 서약은 법 위반"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8.1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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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적 근거 법령 필요…직업선택 자유 제한된다"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해양경찰 조종사가 10년 이상 근무하겠다는 서약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가 지원해 준 교육비 일체를 반환해야 한다는 약정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는 국가가 전직 해경 조종사 A씨를 상대로 "조종사 교육훈련비를 반환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해경 경위로 임용된 뒤 2011~2013년 조종사 양성과정을 거쳐 2013년 10월부터 4년 1개월간 조종사로 근무했다.

당시 장기복무 서약서를 제출한 A씨는 국가로부터 교육비, 여비 등 1억19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서약서에는 "조종사로서 10년 이상 근무하고, 그렇지 않으면 양성에 소요된 경비 일체를 반납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다 A씨는 지난 2017년 11월 가사휴직했다가 의원면직을 신청하면서 지난해 3월 의원면직됐다.

이에 국가는 A씨를 상대로 1년 11개월 동안 조종사 교육훈련에 들인 비용 1억1900여만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와 국가 사이에 맺어진 약정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판단의 근거였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법에는 교육훈련에 따른 복무 의무나 소요경비 상환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면서 "공무원 인재개발법과 그 시행령에서는 '최장 6년'의 범위에서 '훈련 기간과 같은 기간' 동안만 복무 의무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면서 "해·공군 조종사에게 13∼15년의 의무복무기간을 둔 군인사법처럼 명시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공익적 측면만을 강조해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약정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1년 11개월 동안 훈련받은 A씨가 4년 1개월간 복무한 만큼,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