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이었다. 대다수가 2세대(CDMA)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시절, 한 친구가 PDA(개인용 디지털 단말기)를 들고와 자랑했다. 포인트는 휴대기기로 와이파이(Wi-Fi) 신호를 잡아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것. 당시 이통사들의 휴대전화 인터넷 요금은 무척 비쌌다. 멋모르고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접속했다가 요금폭탄을 맞았다는 소식이 종종 들렸다.
PDA는 부담스러워 와이파이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물색, 몇몇 기종을 발견했다. 하지만 같은 모델이라도 해외 출시기기엔 와이파이가 탑재된 반면, 국내에선 제거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통사들이 인터넷 접속수익을 위해 국내 출시 단말기에 와이파이 기능의 탑재를 거부했다는 말들이 파다했다.
최근 공개된 갤럭시노트10을 보면 과거 이 같은 기억이 떠오른다. 국내에서 갤노트10은 5세대(G) 이동통신용 모델만 출시된다. 최신 폰을 사용하려면 최저 4~5만원대인 5G 요금제를 써야 한다. 자급제 채널로 구매한 기기에 LTE 유심 칩을 꽂으면 LTE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번거롭다. 갤노트10 5G는 LTE 모델보다 비싸기도 하다. 제한된 기술과 환경이 예전과 달라졌어도 업계의 수익을 위해 소비자 선택권이 버려진 형태는 여전하다.
물론 업계도 나름 명분은 있다. 이통사들은 5G 망 구축에만 수조원 이상을 쏟아 붓는다. 5G 요금제로만 가입자를 받고 싶은 심정이다. 제조사는 라인업을 줄이면 마케팅부터 수리, 재고관리 등 여러 면에서 이득이다. 정부 역시 5G 조기 활성화가 목표인 만큼, 눈만 슬쩍 감으면 된다. 소비자 하나만 불편하면 다수의 행복이 보장되는 셈이다.
다만 5G로 대중을 끌어오는 요소는 기기 차별이 아니라 콘텐츠가 돼야 한다. 인위적인 강제보다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망을 제대로 구축하고, 5G로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내놓는다면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5G를 선택한다.
별도 제품의 개발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해외 출시될 갤노트10 LTE 모델을 국내에도 공급해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