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화는 크게 네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비용을 지불하고 제한된 사람들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유재, 비용 부담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 비용은 지불해야 하지만 그 양이 충분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클럽재, 그리고 비용은 지불하지 않아도 그 양이 한정돼 있어 사용자를 통제해야 하는 공유재가 그것들이다.
공급이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사유재를 제외한 나머지 공공재, 클럽재, 공유재 모두는 민간 영역보다는 공공 영역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공급의 목적이 사익 추구보다는 공익 보호에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공익 달성에 있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조직 형태보다 기업의 형태일 때 더욱 효과적인 경우가 존재하는데, 공기업은 이런 필요성에 태생적 뿌리를 두고 있다.
그 시작에서부터 공기업은 두 가지 양립하기 어려운 양면성을 동시에 지니게 된다. 수익이 되지 않는 공익성 추구와 기업의 지속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수익성 추구가 그 대상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인천도시공사의 예를 들어보자. 인천도시공사는 시민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인천광역시에서 출자해 설립한 지방공기업이다. 공사는 토지와 주택을 개발하고 공급해 얻은 수익으로 임대주택을 건립하거나 운영하는 것을 기본 운영 원리로 한다. 따라서 더 많은 주거복지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익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주거복지를 후퇴시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주거복지의 후퇴는 저소득 계층의 생존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천도시공사는 수익성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시민의 주거 복지를 위해 투자를 늘리는 경우가 더욱 많다. 인천도시공사의 생존을 위해 주거복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주거복지 실천을 위해 인천도시공사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현실은 인천도시공사를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모든 도시개발공사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 부채비율이나 이자보상배율 등의 재무건전성 지표를 우선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지방공기업의 공익 추구 활동을 제한하는 정부의 정책에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부채감축계획 운영지침제도를 필두로 주요 공기업의 부채 수준을 250%로 제한하겠다는 정책은 공기업의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공기업의 탄생은 공익 추구에 근간을 두고 있다. 단순히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재무적 지표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칫 공공성을 띤 사업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시개발공사의 경우에는 공공임대주택 건립 및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서민 주거 안정이 공기업 본연의 역할 중 하나이다. 그러나, 현행 부채비율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해서 임대보증금이 부채로 분류되는 '임대주택 공급'이나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되지만 수익을 내기 힘든 공익적 성격의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의 경우에는 부채가 증가되기 때문에 신규로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고, 추진하더라도 규모를 축소해 공급해야 하는 실정이다.
공기업의 존재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역설은 적용되지 않는다. 공기업의 경우, 공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익 달성에 우선해 수익성 목표를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는다.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활력과 삶의 만족도가 점점 떨어져 가는 사회 현실 속에서 공익성 추구보다는 공기업의 존재 자체에 무게를 두는 기준 적용을 떨쳐버리고 이제는 공익성 극대화를 위한 적정 부채에 대한 논의에 무게 중심을 두고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