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이 사그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고조되고 있는 모양새다. 온라인에는 일본제품 리스트가 돌아다니는가 하면 일본 제품인지 바코드까지 확인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나왔다. ‘일본의 한국 때리기’에 화난 국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합쳐 작은 복수를 꾀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일본과 관련된 말의 중요성은 더욱 크게 와 닿는다. 대표적으로 유니클로의 경우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 못 간다”는 발언으로 불매운동을 더욱 부추긴 꼴이 됐다.
지난주에는 한국콜마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이 지난 7일 직원조회에서 임직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강제로 시청하게 한 것이다.
한국콜마측은 이 동영상 시청이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을 설명하기 위한 과정이었으며 다른 악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극보수 성향의 이 유튜버는 아베 일본 총리를 찬양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을 일삼았으며 여성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영상에는 “베네수엘라 여자들이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다. 우리나라도 곧 그 꼴 날 것”이라는 등의 발언도 담겨 있다.
물론 극보수 성향의 유튜버가 촬영한 동영상이므로 편향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윤 회장이 직접 동영상을 골라 직원들에게 시청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를 시청한 한국콜마 직원들이 사내 익명게시판을 통해 불만을 표출했으며 이 사실이 급속도로 퍼지게 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콜마측은 영상 속 유튜버 생각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한일 갈등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몇 번의 해명이 거듭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콜마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온라인상에는 한국콜마 제품 리스트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윤 회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사과와 함께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진 가운데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가 이와 관련한 처신이 문제가 돼 사퇴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윤 회장의 거취표명으로 한국콜마의 불매운동이 일순간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한국콜마가 일본기업인 일본콜마와 합작사였고 현재도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했다는 점까지 온 국민이 알게 됐으니 말이다. 물론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해 옳고 그름을 멋대로 판단할 수는 없다. 각자의 신념대로 행동해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분노가 최고조에 달했을 이 때,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야 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했다. 그만큼 말 한마디가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다. 말의 무게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때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