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대응 韓 카드 “아직 남았다”
日 수출규제 대응 韓 카드 “아직 남았다”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8.1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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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제소 위한 물밑 작업 진행 중
GATT 11조 주요 근거로 쓰일 전망
韓 백색국가서 日 제외 방침 검토 중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시나리오를 대부분 내보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맞불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나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등 일본의 경제보복에 상응하는 조치를 밝힌 바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득실과 최적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11일 정계에 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WTO 제소 준비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일 일본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방침을 밝히자 WTO 제소 방침을 내놨다.

통상당국은 일본과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역전승을 거둔 산업부 통상분쟁대응과를 중심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증명할 법리를 꼼꼼히 살펴보며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증명할 법적 근거 중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11조가 주요 근거로 쓰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GATT 11조 1항은 회원국이 수출허가 등을 통해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한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GATT 1조 1항 최혜국 대우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 이후 30여일 만에 1건의 수출허가를 내준 점에 대해 일본도 GATT를 근거로 한 한국의 WTO 제소를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를 수출금지가 아닌 ‘수출관리’ 차원이라고 변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WTO 제소를 위한 첫 절차는 제소장 역할을 하는 ‘양자협의 요청서(request for consultation)’를 일본에 내는 것이다.

양자협의 요청서는 이르면 이달 중순쯤 일본 측에 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번째 카드인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안은 당분간 미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 지난 2일 일본이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가결하자 “우리도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겠다”고 밟혔다.

한국의 백색국가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상 ‘가’ 지역에 해당하는 29개국이다. ‘가’ 지역 대상은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오스트레일리아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4개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다.

‘나’ 지역에는 북한(제3국 경유 재수출에 한함), 중국 등 나머지 나라가 속한다.

‘가’ 지역은 사용자포괄수출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나’ 지역은 개별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허가 처리 기간은 일본의 90일 이내보다 훨씬 짧은 15일 이내이며 유효기간은 일본의 6개월보다 긴 1년이다.

정부는 새로운 전략물자 수출지역으로 ‘다’ 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포함할 방침이다.

‘다’ 지역에는 수출 처리 기간이나 유효기간을 일본 수준으로 강화될 것으로 관측도 나온다.

현재 ‘다’ 지역 신설은 지난 8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개정안 마련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연기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안을 취소하거나 정부의 상응 조치 방침이 바뀐 건 아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가 잠시 검토를 위해 보류한 것”이라고 밝혔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