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사건’ 초기 대응 미흡…수사 책임자 감찰
‘고유정 사건’ 초기 대응 미흡…수사 책임자 감찰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08.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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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부경찰서장 등 3명 감찰 조사 의뢰 
지난 6월1일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세계일보 제공)
지난 6월1일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세계일보 제공)

전 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일명 ‘고유정(36) 사건’과 관련해 부실수사 논란을 빚은 경찰 수사 책임자들이 감찰 조사를 받는다. 

7일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실종 초동조치 및 수사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보고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현 제주지방경찰청 정보화장비담당관)을 비롯해 제주동부서 형사과장 및 여성청소년과장 등 수사 책임자 3명을 감찰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진상조사팀은 고유정 사건에서 부실수사 논란이 된 부분으로 현장보존이 미흡했던 점, 졸피뎀을 확보하지 못한 점, 현장 인근 CCTV를 확보하지 못한 점 등을 꼽은 바 있다. 

경찰청은 이 같은 부실수사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고자 지난달 2일 현장점검단을 제주로 보내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 및 여성청소년과 등 부서를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작업을 벌이며 문제를 분석해왔다. 

경찰은 현장보존 미흡 및 졸피뎀 미확보 문제는 사실로 확인해 결론 내리며 감찰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경위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CTV 미확보 역시 감찰 조사를 통해 아쉬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실종 수사는 수색을 중심으로 이뤄지나, 범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서 CCTV를 확인하는 순서를 정해야 한다”며 “우선순위 판단에 있어 아쉬운 점이 있어서 감찰 조사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사건 당시 수사팀이 CCTV를 확보하고 즉각 분석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경위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이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고유정의 거짓 진술에 속아 시간을 허비했다고 봤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고유정이 하는 거짓말에 휘둘렸다”며 “사실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했고 더 일찍 거짓말이란 건 알아챘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지적했다. 

아울러 고유정 체포 영상이 언론에 나온 것도 감찰 조사 대상이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박 전 서장이 동부서장 재직 시절 한 차례, 제주청으로 자리를 옮긴 뒤 두 차례 등 총 3번 유출됐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피의자 검거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부에 공개된 사실도 확인됐다”며 “감찰 단계서 공보 규칙과 인권 규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어 지휘 책임을 물어 감찰을 의뢰하긴 했지만 큰 틀에서 당시 수사 방향성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게 진상조사팀의 입장이다. 

한편 경찰청은 고유정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종 수사 매뉴얼 개선 등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