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업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신라젠은 사실상 항암바이러스인 ‘펙사벡’이 전부인 터라 임상중단 여파는 상당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바이오업계의 신뢰도 하락마저 우려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인 ‘펙사벡(JX-594)’의 간암 임상 3상 중단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신라젠은 지난 2일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로부터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중단을 권고 받았다. 치료제로서의 가치 여부를 두고 안전성·유효성 등을 평가해 임상의 지속여부를 판단하는 ‘무용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까닭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신라젠의 주가는 2일 1만3350원, 5일 9350원 등 29.97%씩 빠지며 이틀 연속(영업일 기준)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라젠이 보유한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은 우두바이러스 기반의 항암바이러스 ‘JX-970’과 ‘펙사벡’이 전부다. 게다가 ‘JX-907’은 현재 전임상 즉, 동물실험을 진행 중으로 성공가능성 등의 평가자체가 어려워 ‘펙사벡’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펙사벡’은 이번에 임상이 중단된 간암을 제외하고 신장암·대장암·유방암·흑색종 등의 임상시험 단계의 후보물질에서 임상 1·2상 동시진행 등에 불과해 효능·효과 등을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앞서 삼성바이오, 코오롱생명과학과 신라젠까지 바이오산업 내 잇단 악재가 신뢰도 추락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은 호흡이 긴 만큼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는 하이 리스크(high risk)-하이 리턴(high return) 산업인데, 임상이 계속 엎어지고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등의 이슈가 지속되다 보니 산업 전반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기술력 있는 바이오업체들을 중심으로 ‘옥석가리기’를 하는 터닝포인트(turning point)가 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신라젠은 임상중단 권고 전 회사 임원의 주식매도 이슈까지 맞물리며 이른바 ‘먹튀 논란’까지 거센 실정이다.
신현필 신라젠 전무는 DMC의 임상중단 권고가 결정되기 약 한 달 전인 7월1일부터 5일까지 자신이 보유하던 자사 주식 16만7777주 전량을 총 약 88억원에 장내 매도해 뒷말이 무성했다.
이에 대해 권용찬 전무는 “스톡옵션 매각에 대한 말들이 많다. 이는 개인의 일탈행위다. 임원이 매각하는 것은 도덕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권고사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라젠은 2017년 12월21일부터 2018년 1월3일 사이에는 문은상 대표와 특수관계자 등 9명이 자사 주식 271만3997주를 장내 매도한 것으로 알려져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문은상 대표는 4일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3상이 진행되는 순간 회사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임상 데이터가 무효가 되는 만큼 무용성 평가를 알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세금 등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 처분한 것으로 절대 먼저 발을 빼려고 한 게 아니다. 자금을 더 빌려서라도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