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년 장관’에 기댄 농정개혁의 결과
[기자수첩] ‘1년 장관’에 기댄 농정개혁의 결과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8.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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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각이 임박한 가운데 농정 수장인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교체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개호 장관 후임으로는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개호 장관은 전임인 김영록 전 장관에 이어 지난해 8월10일 취임했다. 겨우 1년가량의 임기를 채웠다.

관가와 농업계에 따르면 이개호 장관은 취임 반년 정도를 했던 지난 2월부터 ‘사임설’이 꾸준히 돌았다. 이 장관이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 장관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전남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이다.

실제 이 장관은 지난해 8월 청문회 당시 내년 총선 출마여부와 장관이 되면 임기를 얼마나 할지에 대한 질문에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면서 “임기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 

이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내려둘 것이라고 대외적으로 밝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장관을 농식품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농정 수장인 김영록 전 장관도 전라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1년도 못 채워 취임 9개월 만에 사임했음에도, 다시금 ‘1년짜리 장관’을 농정 수장으로 세웠다. 그리고 ‘약속’대로 1년 만에 다시금 농정 수장 교체가 기정사실화됐다.

물론 임기기간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농정을 이끄는 CEO인 농식품부 장관 임기가 짧으면 산적한 농업농촌 현안을 꼼꼼하게 풀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할뿐더러, 우리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실행조차 엄두를 내기 힘들다.

그렇다보니 농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에 다다르고 있지만, 여전히 어떤 농정을 펼치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들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당시 ‘사람 중심의 농정체계’를 강조하면서 “농정의 틀을 바꾸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명의 1년짜리 장관은 사람 중심의 농정체계와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현 정부의 농정 철학을 대변하지 못했다.

새로 올 농정 수장은 아마도 문 대통령이 자구책으로 안정감을 주는 차원에서 농정 관료 출신을 내정했겠으나, 그마저도 박근혜 정부 때 핵심 요직에 발탁된 인물이다. 농정 혁신에 대한 기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에 참신한 인물 대신에 이전 정권의 사람을 중용한 것이다.

우리 국민이 생활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먹을거리 행정을 총괄하는 농식품부 수장에 두 명의 1년짜리 장관과 이전 정권의 사람이 중용된 지금의 농정에서, 혁신은 당분간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