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개도국 제외 싱가포르·UAE ‘백기투항’…한국은?
WTO개도국 제외 싱가포르·UAE ‘백기투항’…한국은?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9.08.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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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농민 반발 우려에 해법 고민…日경제전쟁에 불확실성 가중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무임승차해 있다고 중국 등 11개국을 지목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돼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사실상 백기 투항했다.

이로써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낀 한국도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일본과 경제전쟁에 현재 올인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개도국 지위 문제까지 겹쳐 정책 불확실성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한국 등 부자 나라들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혜택을 못 받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미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제외되면 공산품과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농협 분야에서는 보조금 축소 등의 압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시한으로 이들 국가에 개도국 옷을 벗으라고 최후통첩성 발언을 한 가운데 해당 명단에 오른 한국에 대한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OECD 회원국이면서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갖고 있어 각종 국제회의에서 중국 등 개도국 그룹이나 서방 등 선진국 그룹에 제대로 끼지 못하고 어정쩡한 위치를 유지한 채 양 그룹의 동정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할 당시 선진국임을 선언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농업 분야에서 미칠 영향을 우려해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개도국으로 남았다.

WTO 체제에서 스스로 개도국이라고 선언하면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데, 개도국으로 분류돼도 농업 관세·보조금 규제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섣불리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농민들의 반발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해서 당장 쌀 513% 등 수입 농산물의 관세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앞으로 농업협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는 점에 농민단체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이 당장 개도국 대우를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WTO 내 개도국 지위는 다른 농업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유지된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