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韓·日 영향 제한적…마찰 장기화에 부품대체 고심
車업계, 韓·日 영향 제한적…마찰 장기화에 부품대체 고심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8.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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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부품의 95% 국내 협력사로부터 조달
일본산 차량용 자동변속기, 전략물자 포함되지 않아
장기화될 경우 부정적 영향 불가피하단 지적도 나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일 간 ‘경제전쟁’이 본격화되자 자동차업계도 일본산 부품과 장비 대체를 고심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업계의 부품, 장비 등은 국산화율이 높은 업종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양국 간의 경제전쟁으로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현대·기아자동차는 자동차 부품의 95%가량을 국내 협력사로부터 조달받고 있다. 일본산 부품도 사용하긴 하지만 백색국가 제외 방침이 전해진 이후 자체적으로 대체 공급선 등을 파악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일본산 부품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차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따른 생산체계를 근거로 들며 백색국가 제외가 얼라이언스 내부 공급망에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도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생산체계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와 현대자동차가 일부 차종에서 일본 도요타그룹 계열사인 아이신의 자동변속기를 쓰고 있으나, 백색국가 제외로 당장 생산이 중단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차량용 자동변속기는 수출관리 대상인 전략물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업계도 그동안 일본 의존도를 낮추면서 백색국가 제외의 직접 영향권에선 벗어났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유럽과 미국 제품가격이 낮아진 데다 국내 업체들이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단기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계기로 6∼12개월 분량의 재고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탄소섬유가 전략물자에 포함돼 현대차의 수소연료전기차(FCEV) ‘넥쏘’ 생산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수소탱크를 공급하는 일진복합소재가 수소탱크의 원료인 탄소섬유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분석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일본산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려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장부품에는 일본산 소자와 커넥터 등이 주로 쓰이고, 전자제어장치(ECU)와 관련된 수정 공진자(crystal resonator)가 대부분 일본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은 일본 제품으로 구성된 곳이 있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생산라인의 공정 제어장치인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는 미쓰비시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의 PLC 멜섹(MELSEC) 시리즈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각종 제조업 공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PLC는 LS산전이나 독일 지멘스 등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현재 공장에 설치된 장비를 모두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기아차는 내부적으로 일본산 생산설비를 대체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등 대응책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산업용 로봇과 측정기, 센서 등에도 일본산 제품이 다수를 차지해 생산설비의 유지보수와 관련한 부품 수급 등에 차질이 빚어지면 부품 공급제한 못지않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