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침략, 의존도 높은 배터리·화학 단기충격 전망
日 경제침략, 의존도 높은 배터리·화학 단기충격 전망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8.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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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고품질 바인더·전해액 첨가제 등 日 의존도 매우 높아
배터리 3사, 소재 국산화율 높이고 거래처 다변화 총력 기울여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반도체 다음으로 자동차용 배터리나 화학제품을 옥죌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관련업계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용 일부 소재의 경우, 처음 규제했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처럼 일본산을 대체할 제품을 찾기 쉽지 않아 단기적인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업계선 일본의 추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체수입처를 발굴하거나 국산화율을 높이는 등 대비를 해온 만큼 중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영향에 대해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배터리 셀을 감싸는 파우치, 양극재와 음극재를 접착시키는 고품질 바인더, 전해액 첨가제 등은 국내 업계가 일본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루미늄 파우치는 일본의 DNP와 쇼와덴코가 대표적으로 전 세계 점유율 70%를 차지한다.

국내서는 율촌화학이, 중국에서도 일부 업체들이 파우치를 제조하지만 전기차 배터리용은 일본제품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형 배터리 3사는 파우치 국산화 방안의 하나로 율촌화학과 접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측은 이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인더도 배터리에 들어가는 고품질 제품의 일본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업계는 재고 소진 이전까지 대체품을 찾지 못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본의 소재 공급 업체들도 한국 의존도가 80%를 넘기는 상황이어서 일본의 타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의 4대 소재로 불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은 일본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오는 29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 개정안 시행에 대비해 배터리 3사는 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G화학은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일본에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제품에 대한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이 경북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도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앞서 LG화학은 지난달 25일 경상북도, 구미시와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양극재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LG화학은 내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6만여제곱미터(㎡) 규모의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부지에 5000억원을 투자해 이차전기 양극재를 연간 6만톤(t) 생산하는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생산라인을 조기 시험 가동하면서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소재 이원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오면서 일본산 비중을 낮춰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업계는 기초소재와 기능성 화학제품을 생산할 때 일본산 원료를 사용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분석 자료에 따르면 화학공업 또는 연관공업의 생산품의 지난해 대일 수입액은 5억4000만달러로 전체 수입의 98.4%에 이른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로 인해 가장 영향이 큰 업종 중 하나로 화학업계를 지목했다. 정부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통제할 수 있는 857개 품목 가운데 159개를 집중 관리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화학제품이 40여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는 일본산 제품의 수입 절차가 복잡해지고 통관이 어려워지면서 당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업계는 1차 타깃이던 반도체 소재와 같은 사태가 재현되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처럼 일본에서만 생산하는 품목이 아니어서 대체수입처 발굴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수출이 계속 어려워질 경우 중동, 미국, 중국 등에서 제품을 수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화학기업이 일본 기업과 합작·협력 관계에 있어서 일본이 화학업계를 주요 타깃으로 삼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소재·원료 가운데에도 대일본 수입액이 1000만달러를 넘고 전체 수입액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웃도는 품목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톨루엔이나 자일렌 등 일부 원료의 경우 수입 물량 가운데 한·일 합작 회사에 투입되는 물량이 대부분”이라며 “수출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 구매가 가능해 조달도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유업계는 일부 일본산 촉매제를 사용지만 대체가 가능한 품목이어서 별 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