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화상병 확산 심각…3년 전보다 10배↑
과수화상병 확산 심각…3년 전보다 10배↑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8.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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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발생지역 이천 배 농장서 잇따라 확진 판정
올 들어 9개 시·군 170여농가·120㏊ 피해
고온다습한 기후 이어질수록 발생 가능성 커
과수화상병 방제현장. (사진=농촌진흥청)
과수화상병 방제현장. (사진=농촌진흥청)

‘과일구제역’이라는 불리는 과수화상병이 올 들어 피해규모만 170여 농가, 120여헥타르(㏊)에 달해 3년 전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농촌진흥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과수화상병은 지난달 31일 경기 이천지역 배 농장 2곳에 이어 이달 1일에 배 농장 1곳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피해규모는 5.8헥타르(㏊, 1만7550평)다.

그간 이천은 과수화상병이 한 번도 발생되지 않은 지역이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과수화상병 발생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올해 과수화상병은 5월 17일 충청남도 천안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이달 4일까지 피해규모는 총 172농가, 발생면적은 119.7㏊(36만2100여평)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15.4㏊, 파주·이천·안성·연천)와 강원도(1.4㏊, 원주) 충청도(102.9㏊, 충주·제천·음성·천안) 등 9개 시·군에서 발생됐다.

우리나라는 2015년 5월 경기도 안성에서 처음으로 과수화상병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지난해까지 충남 천안과 충북 제천·충주, 강원 원주·평창 등 6개 시·군에서 발생했다.

걱정스러운 점은 매년 피해규모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피해규모는 2016년 17농가·15.1㏊(4만5700여평)에서 2017년 33농가·22.7㏊(6만8700여평), 지난해 67농가·48.2㏊(14만6000여평)로 지속적인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년 6개월간 농가 160호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129ha(39만여평) 규모의 과수원이 폐원됐다.

그러나 올해 피해규모는 3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10배에 가까이 늘었다. 더욱이 피해농가 수만 따지면 발생 첫 해인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누계보다 많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과수화상병은 감염된다고 해서 증상이 즉각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잠복기를 가지다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높다”며 “올해에 급격히 확산된 이유 중 하나도 이전부터 잠복했던 세균이 올 들어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다보니 발생이 급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수화상병은 세균에 의해 전파되는 세균성 병해의 일종이다. 사과·배와 같은 장미과 식물을 중심으로 고온다습한 5~7월에 집중 발생한다. 잎과 꽃, 가지 등이 불에 데인 듯 말라죽어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게 변하는 증상이 특징이다.

다른 식물 병해와 달리 한번 발생하면 치료가 불가능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원인규명이 잘 되지 않아 관련 치료법이나 예방법은 현재까지 없다. 때문에 확진 판정을 받으면 과수원을 폐원해야 한다.

또, 발생지역 과수를 매몰하고 3년간 과수 재배를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이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에 발생하는 구제역과 비슷하다고 해서 과일 구제역이라는 악명을 얻고 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과수화상병 방제를 위한 기초연구 추진을 위해 최근 ‘과수세균병(화상병) 연구협의회’를 구성하고, 발생원인 규명과 방제기술 개발, 저항성 품종개발 등 기반연구 과제를 선정해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과수화상병을 비롯한 고위험 식물 병해충 연구를 위한 생물안전 3등급의 차폐시설 설치와 피해경감기술 개발을 위해 490억원(안) 규모의 예산 계획을 세우고 내년 정부 예산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