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대체로 차분…일부는 원가 상승 여부 조사
전문가 "사태 장기화할 경우 간접적 영향은 불가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지우고, 실제 수출 규제를 확대한다 하더라도 국내 건설업에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일본 의존도가 매우 낮고, 일부 연관 품목은 대부분 국산으로 대체하거나 일본 외 다른 나라에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대체로 차분한 자세를 유지한 가운데, 일부 회사는 협력사를 통해 원가 상승 가능성을 확인하는 정도의 움직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건설업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 단기적 영향 미미(微微)
4일 건설 분야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white list)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조치가 국내 건설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도 건축이나 플랜트, 기계 등으로 세분하면, 각 분야별로 미치게 될 여파의 정도가 다소 다르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그 정도가 다른 산업에 비해 미미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혹시 영향이 있더라도 당장 닥쳐올 문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며, 일부 간접적인 영향권에는 들 수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이번 화이트리스트 변경 사태가 국내 건설업에 가시적인 수준의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건설업 자체만을 보면 필요 자재나 장비들을 국산 또는 중국·유럽·미국산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상당부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다른 제조업에 비해 건설업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부분은 크게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간접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해외 플랜트를 전문으로 하는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저희는 일본 기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없고, 해외 플랜트를 주력으로 삼고 있어서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태에 따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업계 차원 대책 마련 움직임 없어
건설업계는 지난 2일 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각의 결정을 통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하기로 한 후에도 비교적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아직은 협회 차원에서 영향 조사나 대책 마련 등 움직임은 없다"며 "우리나라 건설업은 일본과 교류가 아주 활발한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영향권에서는 약간 비켜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주택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건설사 중 한 곳인 GS건설 관계자는 "규제 품목이 첨단·안보와 관련된 것들이라 건설에는 영향이 없을 것 같다"며 "현재는 사업부 대부분이 휴가 기간이기도 하고, 내부적으로 관련 조사나 대책 회의 등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대전에 본사를 둔 철도 토목 분야 A회사 관계자는 "이쪽 분야에서는 아직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며 "철도 공사에 들어가는 침목 같은 자재도 독일이나 프랑스산을 많이 쓰고, 일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도 보였다. 롯데건설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하자, 바로 자재·설비 공급 협력사들에게 원가 상승 가능성 등을 확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간 계속되면 건설업에서도 원가 상승이나 사업 물량 감소 등 부정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김영덕 본부장은 "건설 시공 행위는 자재나 장비들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것들을 조달하는 가격 이 올라가서 사업비가 증가할 수 있다"며 "제조업과 연관성이 높은 건축공사는 제조업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조금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만약 건설업이 아닌 다른 분야, 가령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나 타 산업분야가 타격을 받아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면, 간접적으로 건설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며 "다만, 이런 현상은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가능성으로 보는 것이 맞고,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