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후 첫 대면 한일 외교장관… 굳은 표정 속 간극 재확인
국회 방일단도 빈손… 日자민당 '문전박대' 외교결례까지 범해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정부와 국회가 중단 요청을 위해 외교채널을 풀가동했지만 소득없이 끝나면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모양새다.
1일 이뤄진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는 입장차만 확인됐고, 국회 방일의원단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전 태국 방콕에서 양자회담을 했지만, 간극만 확인했다.
일본이 지난달 4일 수출 규제 조치를 한 이후 처음 얼굴을 맞댄 양 장관은 사진촬영 중에도 굳은 표정을 유지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외교부 당국자는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 측 반응에는 큰 변화가 있지 않았다"며 "양측간 간극이 상당했다"고 밝혔다.
고노 외무상은 강 장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중단 요청에도 확답을 주지 않고 기존 입장만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외교 당국 간에는 어차피 대화를 계속해야 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주지시켰다"고 전했다.
특히 강 장관은 "내일 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안보상의 이유로 취해진 것이었는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2일 결정될 경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국회에서도 별도의 방일의원단을 구성해 전날부터 일본에서 외교활동을 펼쳤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특히 일본 집권여당으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방일의원단은 애초 방일 첫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5시 아베 신조 총리의 최측근이자 당내 '2인자'로 불리는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과 면담하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자민당 측에서 하루 연기하자고 요청해 1일 오전 11시경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자민당은 전날 밤 방일단 측에 "급한 회의가 있다"며 최종적으로 면담 취소를 통보했다.
일본 측이 의원외교 차원에서 일본을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과의 면담 일정을 특별한 사유 없이 거부한 것을 두고 중대한 외교 결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우리 측 의원들은 유감을 표명하며 자민당 측에 항의 입장을 밝혔다.
방일단 일원이자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일방적으로 면담 일정을 취소한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 충분히 우리 뜻을 전달했다"며 "구걸 외교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뜻을 전달하기 위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를 한 이후 우리측의 고위급 회담 제의에 일절 응하지 않는 등 만남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
회피하는 것을 넘어서 약속된 일정까지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교 전문가는 "양국간 소통채널이 전혀 없는 셈"이라며 "위급한 상황에서 의견을 전달할 수도 없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가애·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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