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각의 의결’ 기정사실화…한·일 갈등 장기화 수순
日 ‘각의 의결’ 기정사실화…한·일 갈등 장기화 수순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08.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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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 국무회의서 韓 화이트리스트 제외 가닥… 변수 여전
(이미지=연합뉴스)
(이미지=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수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고시를 2일 의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양국이 산업전반에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증권가에선 한일 갈등의 장기화 여부에 엇갈린 견해를 보인다.

일본정부는 2일 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일 오전 태국 방콕에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가졌지만,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절차의 중단을 요구에 확답을 듣지 못했다.

개정안이 2일 일본 각의를 통과, 공포되면 21일 후 적용된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2004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 오른 뒤 15년 만에 제외된다.

화이트리스트는 일본정부의 수출관련 우대조치다. 현지 업체가 화이트리스트 포함 국가에 개별품목을 수출 시 최초 허가만 받는다면, 3년간 심사를 면제받는 포괄허가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첨단소재를 비롯해 전자, 통신, 센서, 항법장치 등 군사전용 우려가 있는 1100개 품목을 수출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별 허가에 통상 90일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가 마음대로 수출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 추가 타격이 예상된다.

앞서 국내 반도체 업체는 지난달 초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수출 규제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발표에서 메모리반도체 생산량 조절과 투자 축소조치 등을 발표했다. 또 삼성전자도 2분기 실적발표날 일본 수출 제재에 대해 “생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영진과 관련부서가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날 공유가 예정됐던 ‘주주환원정책’을 ‘대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기했다.

현재 일본의 수출 규제 추가품목으로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가 최우선으로 꼽힌다. 웨이퍼는 일본 섬코, 신에츠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극자외선(EUV) 블랭크 마스크는 일본 호야가 독점 생산 중이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화학업체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용 알루미늄 파우치’는 2차전지와 배터리를 둘러싸는 역할을 한다. 그 중 분리막과 양극재는 국산화가 가능하지만, 일부 특수접착제 등은 대체 가능성을 검토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차를 비롯해 효성, 일진다이아 등 자동차 업계에도 여파가 있을 전망이다. ‘탄소섬유’는 자동차 등에 신소재로 사용. 범용 용도의 탄소섬유는 현재 대체 가능하지만, 경제성 등을 고려할 때 수소차같은 특수목적용은 중장기적으로 대체제가 필요하다.

◇ 한일 갈등 장기화 가능성은?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는 그들의 경제에도 피해를 입힌다. 수출에 막힌 일본 기업들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이에 증권가에선 한일 무역 갈등이 장기화 되진 않을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

전규연·나중혁 하나금융그룹 연구원은 이번 분쟁과 관련해 “아베 총리의 외교 능력에 대한 우려 불식과 미일 무역협상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정치외교적인 수단으로 판단한다”며 “일본은 지속적인 대한국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처럼 리쇼어링 유인도 없어 한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유인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 “한-일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일본 경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타당한 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한-일 무역분쟁은 올 연말에서 내년 초 즈음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일본의 학자,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진행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철회 촉구 서명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으로 서명운동을 시작, 한국을 중요한 이웃으로 규정하면서 “일본 정부의 조치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번 사태가 비이성적인 판단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쉽게 해소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한일 분쟁은 엄밀하게 말해 무역 분쟁보다 역사 분쟁”이라며 “촉매제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본의 강제 징용에 대한 배상금 판결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쟁의 뿌리는 일제시대라는 역사 인식의 차이로, 단시일 내 해소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