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백색국가 제외’ 횡포 맞서 역량 총결집
일본 ‘백색국가 제외’ 횡포 맞서 역량 총결집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8.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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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후 반도체·디스플레이 ‘고난의 한 달’
2일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 1100여개 품목 악영향
정부, 추가조치 대비 세제·예산·제도 등 지원 강화
삼성·현대차·SK·LG·롯데 5대그룹 ‘비상경영체제’ 가동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일본 아베정부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2일 예정대로 일본이 우방국(백색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법령 개정을 처리한다면 국내 산업에 미칠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일본의 ‘백색 횡포’에 맞서 역량을 총결집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는 큰 고난을 겪고 있다. 규제 대상이 된 3개 품목은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소재로서, 특히 일본산 수입 비중이 최고 94%에 달할 만큼 대일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용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올해 5월까지 수입액이 1296만달러로, 이 중 일본산이 93.7%에 달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에서 모두 사용하는 리지스트는 같은 기간 수입액 1억1266만달러 가운데 91.9%가 일본산이었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필수적인 에칭가스 역시 중국산 수입이 3003만달러로 전체(6479만달러)의 46.3%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나, 일본산도 이에 못지않은 2844만달러(43.9%)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급박한 사정을 보여주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베정부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지 사흘만인 지난달 7일 일본으로 향해 긴급물량을 일부 확보하기도 했다. 

비록 급한 불은 껐지만, 일본이 예정대로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규제 대상이 3개 품목에서 식품·목재를 제외한 거의 전 산업의 1100여개 품목으로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전기차·정보통신기술(ICT)과 대일 의존도가 높은 화학·정밀기계 등의 업종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답변을 통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면 첨단소재·전자·통신 등 광범위한 업종에서 우리 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의 추가조치가 이뤄질 경우 세제와 예산, 제도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대비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대비책에는 각종 지원을 통해 국내 기업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아울러 이미 예고한 WTO 제소와 함께 상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

상응조치는 일반국제법상 국가 책임협약에 근거한 대응 조치 개념이다. 예컨대 일본산 상품·서비스에 시장접근을 제한하고 관세를 인상하거나, 일본으로 수출제한·기술 규정·표준 인증심사 강화 등에 나서는 방법이 있다.

다만 정부는 일본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구체적인 상응조치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평택시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민관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해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도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며 일본의 추가적인 조치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