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길거리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한 광경이다. 매일같이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지난 봄 한반도를 강타한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온라인 쇼핑 거래가 급증하며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처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최근 분양시장에서도 미세먼지 특화 설계가 소비자들이 아파트를 선택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세먼지 특화 시스템을 갖춘 아파트들이 속속 선보이더니 올해는 본격적으로 분양 광고에서도 손쉽게 미세먼지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견본주택 내에 에어샤워와 에어브러시, 미세먼지 저감 특화 부스 등을 설치해 방문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체험해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추세다.
건설사마다 다양한 미세먼지 특화 시스템 도입도 눈에 띈다.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는 현관에는 천장에서 바람을 뿜어내는 에어샤워기를 설치해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현관 신발장 내부에는 청소기 호스 모양을 한 에어브러시를 장착해 옷과 신발에 묻은 미세먼지를 빨아들일 수 있는 장치도 설치된다.
거실을 비롯한 각 방 천장에 시스템에어컨처럼 공기청정기를 매립해 별도의 공기청정기를 두지 않고, 환기를 하지 않아도 실내 공기가 정화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곳도 있다.
또한 스마트 공기 제어 시스템을 통해 자동센서가 실내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24시간 공기질을 관리해주고, 주방 내 온도센서가 내장된 스마트 레인지후드도 오염물질을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이런 미세먼지 특화 시스템은 각 세대 내부는 물론 맘스카페나 키즈룸, 도서관 관리사무소 같은 커뮤니티 공간에도 적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에도 광촉매 필터와 자외선 살균램프를 설치하고, 단지 출입구에도 에어커튼을 도입하는 등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미세먼지를 잡기 위한 건설사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아파트는 어린이놀이터에도 미스트 분사기를 설치하고, 단지 내 통학버스 대기공간에도 공기청정시스템을 적용해 어린이와 보호자가 미세먼지 걱정 없이 버스를 기다릴 수 있도록 배려해 수요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서울 송파구는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미세먼지 저감 아파트 인증 등급도 부여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100가구 이상 규모의 공동주택 신축 시 구가 자체적으로 수립한 미세먼지 저감방안을 2개 이상 반영해 건축할 경우 실적에 따라 인증 등급을 부여한다.
더불어 지난 2006년 이후 지어진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환기장치가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어 미세먼지를 거르는 필터만 설치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두면 좋다.
집집마다 환기장치가 있지만 정작 있는지 몰라서 혹은 사용법을 제대로 몰라서 못 쓰는 경우가 많다.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는 관리실에서 공동 점검하지만 대부분 아파트에서는 세대별로 스스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환기장치 관리는 물론 설치 여부를 스스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갈수록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앞으로 미세먼지 특화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는 아파트는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특정 시스템이 아파트에 도입된다는 것은 단순한 편의장치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주택 문화에 새로운 흐름이 생긴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미래 주택 문화의 흐름은 지금의 미세먼지 특화 시스템과 같이 우울한 원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입주민 문화·예술 프로그램 도입 등 즐거운 동기에서 그 시작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