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속도전’ VS 야 ‘악법저지’
여 ‘속도전’ VS 야 ‘악법저지’
  • 양귀호기자
  • 승인 2009.02.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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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본격 입법전쟁 돌입…전략 수립 분주
한나라 “임시국회가 ‘용산국회’로 연결 막자” 민주, 법안처리 최대한 지연…‘힘 빼기 작전’ 여야는 주말 이후 본격적인 입법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나라당의 ‘속도전’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민주당의 맞대응전략인 ‘악법 저지’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가 ‘용산국회’로 연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법안 처리 이외 다른 사안에 집중할 수 없도록 ‘속도전’을 펴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교육사회 대정부 질문과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19일 이후 각 상임위에 법안을 일괄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이 1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심의 기간 부족을 이유로 법안 상정을 ‘보이콧’한 전례에 비춰볼 때 법안 심의 기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야당의 법안 상정 거부 명분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아직 법안심사소위가 구성되지 않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야당을 압박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13일 주요당직자 회의를 열어 임시국회 중점법안 처리 방향 등을 논의했으며,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도 이날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바람직한 국정과제 추진방향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하다가 또 법안 처리할 시간이 없다는 식으로 연기시키면서 나름대로 4월 재보선 전략을 짜고 있는 것 같다”며 “경제 살리기 법안이 더 이상 민주당의 태업에 묶이지 않도록 각 상임위원장과 간사들이 법안 상정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야당에 대해 ‘별종야당’, ‘국회의원 배지를 떼야 할 야당’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15일 “현재 상임위 계류 법안이 2230여건”이라며 “이 법안을 모두 처리하려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상임위별로 법안 상정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우선 다음주 부터 시작되는 통일외교(17일), 경제(19일), 교육사회(19일) 대정부질의에서 각 분야의 이명박 정부 개혁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소장파와 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야당과의 충분한 협의와 공감대가 마련된 뒤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고 있어, 지도부의 ‘속도전 전략’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속도전에 맞서 ‘MB악법’ 저지를 위한 강력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대정부질문과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인사청문이 끝나는 19일 이후로 최대한 법안 처리를 늦춘다는 방침이다.

2월 국회에서 법안처리를 최대한 지연시키면 3월부터는 자연스럽게 4월 재보궐 선거 국면으로 전환,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노영민 대변인은 15일”국회법상 국회의장의 특별한 승인이 있기 전에는 본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상임위를 열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19일 전에는 상임위 법안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정부질문에서는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한 ‘청와대 홍보지침’ 파장을 이어가면서 여권을 압박하는 한편, 추가 의혹 제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석현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이 용산참사 화재 원인의 결정적 단서로 활용한 철거민 김아무개씨의 진술과 관련, 경찰이 김씨의 진술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쟁점법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상임위 회의장 내에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행위인 ‘필리버스터’ 전술을 사용하는 방법도 검토중이다.

상임위에서 동일의제에 대해 횟수, 시간에 제한없이 발언할 수 있다는 국회법 60조를 필리버스터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입법전쟁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상대로 ‘힘 빼기’를 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노 대변인은 “한나라당 내부의 기류도 이미 ‘입법전쟁은 끝났다’는 분위기”라며 “국민적 저항이 예상되는 만큼, 한나라당도 무리하게 ‘속도전’을 외치며 쟁점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