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담뱃갑 경고그림 확대키로…금연효과는 ‘미지수’
정부, 담뱃갑 경고그림 확대키로…금연효과는 ‘미지수’
  • 동지훈 기자
  • 승인 2019.07.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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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아이코스 등 전자담배에도 그림·문구 75%로 확대
경고문구 인지한 흡연자 80% “흡연 멈추지 않았다” 답변
경고그림과 문구 표기 면적이 30%와 20%인 현재 담뱃갑(왼쪽)과 그림과 문구 표기 면적이 총 75%까지 확대되는 담뱃갑(오른쪽). (이미지=보건복지부)
경고그림과 문구 표기 면적이 30%와 20%인 현재 담뱃갑(왼쪽)과 그림과 문구 표기 면적이 총 75%까지 확대되는 담뱃갑(오른쪽). (이미지=보건복지부)

정부가 담뱃갑에 경고그림과 문구를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실제 금연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9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시행령을 마련하고, 30일부터 오는 9월28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시행령에는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의 표기 면적을 확대하는 내용과 금연지도원의 직무범위를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지난 5월21일 발표된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의 일환이다.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면 오는 2020년 12월부터 담뱃갑의 경고그림과 문구 표기 면적이 현행 50%(그림 30%, 문구 20%)에서 75%(그림 55%, 문구 20%)로 확대된다.

복지부는 “우리나라의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 면적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고그림 도입 30개국 중 28위(앞‧뒷면 평균면적 기준) 수준”이라며 “경고그림과 문구가 커질수록 경고 효과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복지부 입장과는 달리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를 활용한 금연대책으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실제 질병관리본부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의 흡연자 패널 4차 추적조사 실시 및 심층분석’에선 경고문구가 금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흡연자 271명 중 220명은 ‘폐암 위험, 최대 26배. 피우시겠습니까?’라는 경고문구를 인지했는데도 흡연을 멈추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또 담뱃갑의 경고그림을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다고 답한 269명 중 담배를 피우려다 멈춘 사람은 2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흡연자 80%가 담뱃갑의 경고그림과 문구를 보고도 담배를 피운 셈이다.

보고서는 “정신건강과 관련 스트레스를 인지하는 경우 금연 시도나 유지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대안의 존재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흡연자들 사이에서도 경고그림이나 문구가 금연 결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5년 전부터 담배를 피운 직장인 A씨는 “경고그림을 보면 징그럽다고는 느끼지만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그림이나 문구가 바뀐다고 담배를 끊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대학생 B씨는 “얼마 전부터 담배 케이스를 구입해 쓰고 있어서 경고그림이 커져도 (담배를) 케이스에 옮기면 그만”이라면서 “케이스가 없더라도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는 사이에 그림과 문구를 잠깐 보는 것뿐이니 금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해외 금연 전문가들은 경고그림과 문과 확대를 통한 금연효과는 금연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갔을 때만 유효하며, 우리나라와 같이 금연율이 저조한 국가에서는 전자담배 등 대체재가 충분히 마련된 환경이 우선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jeeh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