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산만한 우리 아이, ADHD 약물치료가 꼭 필요한 이유
[건강칼럼] 산만한 우리 아이, ADHD 약물치료가 꼭 필요한 이유
  • 신아일보
  • 승인 2019.07.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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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지원 교수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지원 교수.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지원 교수.

산만하고 주의집중력이 부족한 아이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인 ADHD로 진단받게 되면 약물치료를 권유받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부모가 어린아이들에게 약을 먹이는 것을 망설인다. 부모가 조금 더 노력하고 사랑으로 감싸주면 아이의 상태가 좋아질 수 있는데,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아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어른들이 조금 더 참으면 괜찮은 것은 아닐까 고민한다. 특히 아직 아이가 어리다면 공부를 많이 하는 나이도 아닌데 약물치료를 꼭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ADHD로 진단받은 아이들에게 약물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부모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이의 자존감을 위해서다. 산만한 아이들은 학교와 집에서 지적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따르는 게 빠르게 잘되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실수하고 빠트리고, 차분하게 무언가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집에서는 다른 형제자매 보다, 학교에서는 다른 친구들보다 반복적으로 지적을 받으면서 자존감이 낮아진다. 아직 어린아이들은 자연스레 부모와 선생님에게 억울한 마음을 갖고 원망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친구들 사이에서 같이 놀고 싶지 않은 친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산만하면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남의 입장을 이해하거나 배려하는 것이 어렵고, 분위기 파악을 잘 못 할 수 있다. 아이가 선의로 했던 말이나 행동이 상대를 불편하거나 불쾌하게 할 수 있다.

또 놀이 중 자신의 차례를 잘 기다리지 못하거나, 지는 것을 못 견뎌서 화를 내고 자기 마음대로 놀이를 하려고 고집을 피울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들로 친구들이 같이 놀기를 꺼리면, 아이는 상처받고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행복해지기 어렵다. 부모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 억울한 마음만 커지고 피해 의식이 생겨 상대의 말과 행동을 오해하는 일도 잦아진다. 또,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ADHD 아이의 자존감과 행복을 위해서는 약물치료가 꼭 필요하다. ADHD의 약물치료는 치료 효과가 굉장히 우수한 편이고, 심각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은 극히 낮다. 부모의 교육을 통한 아이의 행동 치료도 효과가 있지만, 약물치료 없이는 한계가 있다. 약물치료를 하면 상대방의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이게 되어 지적받은 사항을 고칠 수 있게 되고, 말이나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된다. 화나고 좌절되는 상황에서도 더 잘 참을 수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더 친절하고, 혼내거나 지적하지 않으며, 친해지길 원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이가 산만하고 주의집중력이 부족하다면 꼭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아이가 ADHD인지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고, 만약 ADHD라면 약물치료에 대한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그 누구보다도 아이 자신의 자존감과 행복을 위해 약물치료가 꼭 필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지원 교수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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