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에도 갈 곳 없는 부동자금…부동산시장 유입 우려
금리 인하에도 갈 곳 없는 부동자금…부동산시장 유입 우려
  • 김현진 기자
  • 승인 2019.07.2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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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시중에 풀린 부동자금이 경기부양보다는 부동산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8일 한국은행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금리인하를 시사하며 정책 방향을 선회한 무렵부터 집값 상승 기대와 주택매수심리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 선행지표로 알려진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추(CSI)의 7월 수치는 106으로 지난달보다 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9.13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10월(11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주택매수심리를 나타내는 KB주택시장동향의 매수우위지수도 서울이 지난 22일 기준 80.2를 기록하며 한 주 전보다 1.8포인트 올랐다. 

앞서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12일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적절한 대응’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다. 금융시장에선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시중금리가 떨어졌다.

이 같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하면 통상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이 있어 한국은행의 정책 전환이 집값 상승심리를 키우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대출 규제와 부동산 규제를 시행 중이기 때문에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부 지역의 경우 대출이 필요 없는 자산가들이 몰려 가격상승이 나타날 수 있지만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 탓에 금리 인하가 대대적인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 인하에 따라 추가로 풀리는 시중 자금이 부동산 외에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츰) 등 부동자금의 규모는 지난 5월 말 기준 1000조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경우에도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해 시중에 유동성이 많은데도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1% 성장했다. 그러나 이중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1.3%포인트였고 민간 부분의 성장기여도는 수출·투자 부진으로 마이너스(-0.2%)를 기록했다.

기업의 실적 전망도 어두워 주식시장으로도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자금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들어 평균 2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원가량 적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실효성 있는 금융·부동산 규제를 전제로 금리를 내린 만큼 향후 주택가격이 다시 급등하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질 경우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jhuy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