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투어 공연이 있었는데, 입장권을 판매한 지 90분만에 12만명의 입장권이 매진되는 진기록을 연출했다. 한 인도 유튜버가 구매한 일명 ‘지민 향수’를 언박싱하는 영상이 이틀 만에 조회 수 2만건을 돌파했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한 K팝을 비롯해 소설, 영화,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한류의 인기가 뜨겁다.
이렇듯 문화한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금융한류도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동남아시아 진출은 이미 대세가 되고 있고, 그 지평을 점차 세계로 넓혀가고 있다. 필자가 속해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KAMCO)도 그 파도를 타고 항해 중이다.
IMF외환위기 극복 주역인 캠코의 부실채권 정리 성공사례는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아 왔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는 캠코의 사례를 교재로 채택해 활용하고 있고, 2009년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외환위기 극복의 모범사례로 캠코의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실채권 정리뿐만 아니라 캠코의 공매 브랜드 온비드(Onbid)나 국유재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유재산 관리시스템 등에 대해 지식공유나 기술 전수를 희망하는 국가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
예를 든다면, 태국이나 베트남은 공공행정서비스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공자산 처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온비드에 주목하고 있다.
캠코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의 모든 자산을 인터넷상에서 경쟁 입찰 방식으로 거래되도록 지원하는 온비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운영체계를 전수받고 싶어 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는 한국과 달리 국유재산관리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중남미 국가의 경우에는 한국의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해 국유재산관리시스템을 효율화하는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처럼 현란한 군무나 독보적인 기술도 아닌데 세계 유수의 기관들이 캠코를 찾고 원하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 한국은 IMF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대표적인 국가며, 캠코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부실채권정리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캠코가 운용한 부실채권정리기금은 투입액 39조2000억원 대비 120%가 넘는 유례없는 회수율을 기록했기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번째, 한국은 유엔평가 전자정부발전순위 세계 3위, 온라인참여 세계1위 국가다. 캠코는 이런 토대를 바탕으로 모든 공공부문의 자산 처분을 지원하는 온라인 공매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1만7000여 공공기관의 자산 처분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입찰·계약까지 온라인상에서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바로 한국이 자랑하는 효율성과 투명성이 고스란히 담아 있는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이고 자국에 심고 싶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화와 혁신을 중시하는 캠코의 기업문화도 이 기회에 꼭언급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IMF위기’를 겪은 나라가 셀 수 없이 많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문기관도 많지만, 대부분 사명을 다하고 축소되거나 흐지부지 없어졌다.
반면, 한국의 캠코는 개인을 넘어 중소기업 회생지원까지 담당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어 해외 기관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열성 팬이 있기에 성공하는 아이돌그룹이 있다. 한국을 찾고 캠코의 경험을 배우고자 하는 국가들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금융한류를 이끌어 갈 방탄소년단을 꿈꾸며 오늘도 갈고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