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 건조기 사태, 골든타임은 남았나
[기자수첩] LG 건조기 사태, 골든타임은 남았나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07.22 15:22
  •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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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논란이 한국소비자원으로 넘어갔다. 소비자원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1000여건의 민원을 접수,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문제가 제기된 후 한 달도 안 된 시점으로, LG전자가 약속한 '콘덴서 10년 무상AS'만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실제 소비자들은 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리콜 또는 환불 등 LG전자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 중이다. 당초 광고했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을 넘어, 자동세척에 사용되는 '응축수'가 배출되지 않아 악취를 유발한다는 이유에서다. 콘덴서 세척을 위해 수리기사의 방문을 기다려야 하고, 잦은 분해조립으로 고장 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도 불만사항이다. 반면 LG전자는 자동세척 기능이 완벽하지 않다 해도 건조기 성능에 끼치는 영향은 없다고 항변 중이다.

어쨌건 한국소비자원에 넘어간 만큼 '리콜'까진 힘들어도 나름의 원인규명과 대책발표가 있을 전망이다. 현행 제도에서 리콜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위해성' 유무다.

아쉬운 건 LG전자가 소비자원으로 사안을 넘기지 않고 좀 더 유연하게 대응 했다면 어땠을까. 소비자들의 분노는 직접 문제점을 겪고 있음에도 LG전자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격발됐기 때문이다.

물론 LG전자로선 곤혹스런 입장일 수 있다. 100만대 이상 팔린 제품을 '리콜' 또는 '환불'이라도 한다 치면 판매가를 100만원으로 잡아도 1조원 이상 든다. 대기업 회계장부에서나 볼 수 있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그러나 '가전명가', '백색가전은 역시 LG'라는 명성의 가치는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원인규명에 나서며 소비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문제가 확인될 경우 사과와 부품 교체 등 대안을 제시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초 구광모 LG그룹 부회장은 신년사 10분 스피치에서 ‘고객’이란 단어만 총 30번 언급했다고 한다. 'LG의 고객 가치는 남보다 앞서 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신념과 LG전자의 명성을 지킬 만큼 골든타임이 남았길 바란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