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2분기 실적 비관적 전망…정용진 탈출구 마련 고심
이마트 2분기 실적 비관적 전망…정용진 탈출구 마련 고심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7.22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권가 속속 영업이익 하향 예상
일부서 사상 첫 적자전환 예측도
鄭부회장 ‘초격차 전략’ 효과 의문
SSG닷컴 등 온라인 성과 ‘생존’ 관건
이마트가 초저가 마케팅을 표방하며 집객 효과를 위해 내세운 ‘블랙이오’ 이벤트. (사진=이마트)
이마트가 초저가 마케팅을 표방하며 집객 효과를 위해 내세운 ‘블랙이오’ 이벤트. (사진=이마트)

‘유통 공룡’ 이마트의 올 2분기 실적 전망이 비관적이다. 일각에서는 사상 첫 영업적자를 예상할 정도다. 이 같은 부진의 이유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경영 화두로 야심차게 내세운 ‘초격차 전략’이 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2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마트의 2분기 실적 전망치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분위기다. 특히 영업이익 예상치가 좋지 못하다. 대신증권은 2분기 연결기준 예상 영업이익을 62% 감소한 201억원으로 추정했고, 한화투자증권은 73.1% 줄어든 143억원으로 예상했다.

일부 증권사는 이마트가 이번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47억원, 105억원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추정치)인 234억원과 비교할 때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마트는 지난 1분기에도 성과가 부진했다. 당시 7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전년 동기 1535억원과 비교할 때 반토막 수준에 그쳤다.

증권가는 이마트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이커머스(e-commerce)와 경쟁 심화에 따른 오프라인 채널의 성장 정체를 주 이유로 꼽고 있다. 이마트가 올 초부터 정용진 부회장의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초저가를 표방하며 소비자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모객효과는커녕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부진은 핵심 사업군인 할인점 부문에 기인한다”며 “연초부터 진행 중인 가격할인정책이 충분한 모객효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마트는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경쟁 할인점보다 앞서 올 초 ‘국민가격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블랙이오’ 등 대대적인 초저가 할인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소비 트렌드가 대형할인점보다 온라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자, 품목 구분 없이 초저가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이마트의 이런 행보는 정용진 부회장의 초격차 전략과 맞닿은 것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의 절약을 위해 투자한다’라는 아마존의 슬로건을 예로 들고, “초저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신세계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만들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이마트는 정 부회장의 신년사에 응답한 듯 바로 초저가 마케팅에 돌입했다. 이후 타 대형할인점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까지 참여해, 현재까지 1원 단위의 출혈경쟁으로 번지면서 경쟁만 격화되고 수익성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비단 대형할인점 외에도 정 부회장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의지를 내고 있는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와 전문점인 일렉트로마트와 부츠, 노브랜드, 편의점 체인 이마트24 등도 수익성 개선에 별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17년 론칭한 드러그스토어 브랜드인 부츠는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올 하반기 안에 매장 점포를 절반 이상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대형할인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채널의 부진을 온라인 사업으로 만회하고자 SSG닷컴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뒤늦게 새벽배송 경쟁에 뛰어들었고, 배달 가능지역도 현재 서울 10개구로 제한돼 타 지역에서는 이용할 수가 없다. 새벽배송 규모 역시 일 3000여개 수준으로, 쿠팡·마켓컬리와 같은 선도업체와 비교해 처리능력이 4%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의 핵심은 식품인데, 온라인 식품채널 간의 경쟁도 워낙 심한 상황에서 결국 시간과 투자의 싸움이 쓱닷컴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본다”며 “과연 정 부회장이 온라인 사업에 어떤 차별화를 둘지가 향후 이마트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부회장은 최근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올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고 300여명의 임직원에게 발 빠른 위기 대응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며 “지금이 역량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에 맞는 온라인 신사업과 초저가 상품 개발 등에 빠른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