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에 대한 명백한 경제침탈이다. 처음엔 강제징용에 대한 법원판결을 이유로 삼았지만 그 본질은 한국에 대한 경제전쟁 도발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 대한 여론몰이용이라든지, 아베 내각의 개헌 의원 수 확보를 위한 결집용이란 분석이 많았지만 보름여가 지나면서 일본의 속셈이 드러나고 있다.
아베 내각은 지난 20년 간 멈춰버린 일본경제의 성장엔진에 대한 초조함이 읽힌다. 한 때 미국과 양대 경제대국으로 불렸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에 밀려났고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격차가 3배 이내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특히 세계대전 패망이후 한국전쟁의 혜택으로 부를 축적했던 기억이 한반도에서 무르익는 평화의 바람을 곱게 바라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일본 안방에서 열린 G20회의가 끝나자마자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나는 깜짝이벤트는 아태지역의 패권을 되찾으려는 아베 신조 내각에는 큰 상처였을 것이다.
일본은 결국 한국의 반도체산업에 치명타를 입힐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했고 2차 보복으로 일본의 우방국 명단으로 수출심사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지난 1일 고시했다. 이 법령개정의 의견수렴 마감시한은 오는 24일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번 위기를 차분히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행위를 강제징용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에 수출규제의 부당함과 철회를 당당히 요구하고 있고, WTO 일반이사회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의제를 상정하는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일본의 경제침탈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불화수소 등에 대한 대 거래선 확보와 국산화 등에 박차를 가하면서 전 방위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거세다. 일본산 제품 안 사기 운동과 함께 일본여행 취소가 잇따르면서 일본 내에서도 일본정부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자영업지와 대규모 마트에서조차 일본제품 솎아내기와 불매운동은 체계적이고 집요하게 진행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발발된 경제침탈은 2019년 판 임진왜란이다. 일각에서는 경차를 타고 달리는 한국과 덤프트럭을 타고 달리는 ‘치킨게임’을 비유로 들며 일본의 비위를 맞추면서 적당히 양보하고 봉합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100년 전 나라를 일본에 바친 친일 모리배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면 싸워서 이겨야 한다. 100년 전의 굴욕적인 역사를 반복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다. 그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피해 또한 우리가 안고 가야할 몫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