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침략] 일본 수출규제 ‘농식품’ 가능성…식품업계 ‘불똥’ 튀나
[日경제침략] 일본 수출규제 ‘농식품’ 가능성…식품업계 ‘불똥’ 튀나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7.21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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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품 수출비중 20% 넘는 최대 시장
직접 규제보다 검역 등 비관세장벽 강화 우려
우익단체 중심 ‘한국산 불매운동’ 조짐
확산 시 현지 마케팅·판촉 전개에 애로 가중
일본 도쿄 소재 어느 대형마트에 판매되고 있는 한국산 김치. (사진=박성은 기자)
일본 도쿄 소재 어느 대형마트에 판매되고 있는 한국산 김치. (사진=박성은 기자)

일본정부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로 촉발된 경제보복이 농수산식품 분야로 확산될지의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직접적인 피해나 악영향은 없지만, 아베정부가 한국산 식품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 일본이라는 점을 악용해 검역 규제 등 비관세장벽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에서 ‘노노재팬’ 등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우익단체를 중심으로 혐한·반한감정을 앞세운 ‘한국산 불매운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21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리 농식품의 대(對)일본 수출과 현지시장에서의 한국산 식품 판매에 ‘보복’ 또는 ‘규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정부와 업계는 일본시장 동향과 아베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한국산 식품을 찾는 ‘큰 손’이다. 지난해 금액 기준 전체 수출액 93억달러(수산 포함 약 10조9200억원) 중 1/5이 넘는 20억8400만달러(약 2조4500억원)어치의 우리 농식품이 일본에 수출됐다. 올 상반기 수출 역시 전체 47억2500만달러(약 5조5500억원)에서 일본으로 10억4700만달러(약 1조2350억원) 규모의 한국산 식품이 유통됐다. 비중으로 따지면 22%다. 그만큼 일본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큰 편이다.

특히 수출비중이 큰 품목으로 99%인 파프리카와 80%가 넘는 토마토, 60%에 육박하는 김치 등이 있고, 참치·김·라면·과자·주류와 같은 주력 수출품목의 상위 ‘톱(Top)3’ 시장에 일본이 포함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카드로 한국의 농수산식품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아베정부가 한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일본이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검역·통관 등 비관세장벽을 높이는 ‘보이지 않은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대상은 전략물자이기 때문에 농식품을 직접 규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보이지 않는 제재를 통해 한국식품 수출에 애로를 가중시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즉, 통관 등 수출절차를 일부러 지연시킨다거나, 검역과정에서 일부 샘플링(Sampling) 조사가 아닌 전수조사로 변경하는 등의 비관세장벽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특히 신선 농수산물 수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지난해 일본으로 수출된 한국산 신선 농수산물은 금액 기준 10억3000만달러(약 1조2100억원)로, 전체 수출액인 36억5000만달러(약 4조2900억원)의 28%나 차지한다.

신선식품 수출업계 관계자는 “일본당국이 안전성을 명분으로 전수검사로 검역방식을 바꾸거나 통관절차를 끌게 되면, 신선도와 품위가 하락돼 시장에 내놓아도 상품가치가 떨어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도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일본이 우리 신선식품에 위생검역(SPS) 규제 조치를 내리면 몇몇 품목을 중심으로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 일각에선 우리의 ‘노노재팬’처럼 일본에서도 맞대응 차원에서 ‘한국산 불매운동’이 확산돼 피해를 입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악감정을 가진 일본의 우익단체들을 중심으로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이 번지면, 현지에 유통·판매되는 한국산 식품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몇 년 전 현지 우익단체들은 농심 신라면·하이트진로 막걸리·오리온 마켓오 등을 포함한 한국제품 불매 포스터를 제작해 전파한 사례가 있고, 최근에 한국산 불매운동을 벌이자고 주장하는 일부 우익단체들이 생겨난 상황이다.

일본에 법인을 둔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일 양국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우익단체 중심의 한국산 불매 운동이 제품 브랜드와 인지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마케팅과 판촉활동 진행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이명박 정부 때 독도를 두고 한일 간의 갈등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한동안 줄어든 적이 있었다”며 “양국 간의 긴장이 격화되지 않길 바랄뿐”이라 전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식품 수출지원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일본의 추가 보복조치로 한국산 식품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수출거래선 다변화 등 여러 대응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