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침략] 日 수출규제 미래車 산업에도 영향…“국산화 필요해”
[日경제침략] 日 수출규제 미래車 산업에도 영향…“국산화 필요해”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7.21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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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타깃으로 2차 수출규제 조치 나올 전망
수소연료탱크 제조에 쓰이는 탄소섬유 관심 집중
“당장 영향 적어도 장기적으로 국산화 노력해야”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에 이어 탄소섬유 분야까지 추가 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에 미칠 수 있는 후폭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 미래 친환경자동차의 핵심을 수소전기차로 앞세운 상황에서 수소연료탱크의 소재가 되는 탄소섬유를 들여오는 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소재 수입·거래선 다변화와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반도체에 이어 수소경제를 타깃으로 2차 수출규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남기정 서울대 교수는 지난 19일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로 열린 ‘일본의 수출규제, 진단과 대응’ 세니마에서 “문재인 정부의 플래그십 정책인 수소경제에 필요한 탄소섬유는 전량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로봇, 의료 우주산업 등 4차 산업, 태양광 관련 산업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8일 일본을 방문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2019 도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프레 올림픽)에 참석해 선수단과 양궁협회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현지 공급망 점검에도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중견기업인 일진복합소재가 제작한 수소연료탱크를 수소전기차 ‘넥쏘’에 탑재한다. 일진복합소재가 제작하는 수소연료탱크의 소재인 탄소섬유는 대부분 일본 도레이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해 가벼우면서도 일반 공기보다 수백배의 고압을 견뎌야 하는 수소연료탱크의 핵심 소재로 쓰이고 있다.

다만 탄소섬유 수출 규제가 실제로 진행된다고 해도 단기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진복합소재 측은 “도레이의 탄소섬유 수입의 경우 프랑스 법인 등으로부터 우회 수입이 가능하다”며 “나중에 수소전기버스 등이 본격적으로 생산되면 모르겠지만 지금 수소전기차는 넥쏘 밖에 없기 때문에 탄소섬유가 당장 부족해서 비상상황이 일어나거나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단기적인 타격이 적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재의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탄소섬유가 사용되는 수소연료탱크는 120배 이상 성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연료탱크에서처럼 탄소섬유가 집중적으로 쓰이지 않다고 해도 앞으로 동일한 강도를 유지하면서 차량을 가볍게 하기 위한 경량알루미늄 등 스포츠카에 쓰일 수 있는 탄소섬유가 있어서 사용처나 비율이 높아 질 수밖에 없다”면서 “미래지향적으로 볼 때 탄소섬유 사용의 비중이 늘어나 수출규제에 따른 앞으로 전망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현재 수소연료탱크의 시장성 작아서 일본산을 쓸 뿐이지, (탄소섬유가) 당장 국산화하기 어려운 부분은 아니다”며 “차근차근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탄소섬유의 국산화 작업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섬유는 국내에서 효성첨단소재가 지난 2011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독자 개발에 성공해 지난 2013년부터 탄소섬유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국내에서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유일하다.

이와 관련해 효성첨단소재 측은 앞서 수개월 전 일진복합소재 측에 자사의 탄소섬유를 사용해 달라는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물성이 일진복합소재 측에서 생산하는 수소연료탱크와 맞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일진복합소재 측이 승인을 하면 공급계약을 맺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이 같은 과정이 모두 진행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효성첨단소재는 458억원을 투자해 내년까지 전북 전주공장에 탄소섬유 생산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효성첨단소재가 생산하는 탄소섬유는 현재 연산 2000톤(t)에서 4000t 규모로 두 배 정도 늘게 된다.

또 지난달 글로벌 종합석유화학기업 사우디 아람코와 사우디아라비아나 국내 등에 탄소섬유 공장 설립 검토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차도 같은 달 사우디 아람코와 MOU를 체결하고 수소·탄소섬유 소재 개발 협력에 나서기로 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탄소섬유 등 소재의 수출규제로 인해 당장 타격이 적더라도 국내의 관련 기업들이 더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소재 국산화를 앞당기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