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화상병·아프리카돼지열병…‘전염병 공포’ 빠진 농촌
과수화상병·아프리카돼지열병…‘전염병 공포’ 빠진 농촌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7.1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일 구제역’ 과수화상병 경기·충청·강원 발생… 확산속도 빨라 역대 최대 피해면적 기록
아열대 지방 해충 ‘열대거세미나방’ 제주 이어 전남·경남 등 남부지방 출현 옥수수 등 작물 위협
치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 휴가 성수기 맞아 불법축산물 반입 통한 국내 유입 가능성 ‘상존’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과수화상병 현장. (사진=강원도농업기술원)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과수화상병 현장. (사진=강원도농업기술원)

‘과일 구제역’이라고 불리는 과수화상병과 열대거세미나방 등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치사율 100%’에 가까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우리와 교역이 활발한 중국·베트남은 물론 접경지역인 북한에서도 발병하는 등 농촌지역이 전방위적으로 ‘전염병 공포’에 빠진 모습이다.

◇7개 시·군 160여 농가 110ha 과수화상병 피해…확산 가능성 커

18일 농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와 충청도를 중심으로 과수화상병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세균에 의해 전파되는 ‘세균성 병해’의 일종이다. 사과·배와 같은 장미과 식물을 중심으로 고온다습한 5~8월에 주로 발생한다. 잎과 꽃, 가지 등이 불에 데인 듯 말라죽어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게 변하는 증상이 특징이다.

다른 식물 병해와 달리 한번 발생하면 치료가 불가능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관련 치료법이나 예방법이 현재까지 없어 발생하면 과수원을 폐원할 수밖에 없다.

또, 발생지역 과수를 매몰하고 3년간 과수 재배를 제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이 소·돼지 등 우제류 가축에 발생하는 구제역과 비슷하다고 해서 과일 구제역이라는 악명을 얻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 5월 중순 충청남도 천안 배 농가에서 첫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이달 17일 기준 경기 안성·연천, 충청북도 제천·충주·음성, 충청남도 천안, 강원도 원주 등 4개도 7개 시·군지역 161농가로 피해가 번져가고 있다. 피해발생 면적만 109.6헥타르(ha, 33만1500여평)에 이른다.

우려되는 부분은 피해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피해규모를 살펴보면 2016년 17농가·15.1ha(4만5700여평)에서 2017년 33농가·22.7ha(6만8700여평), 지난해 67농가·48.2ha(14만6000여평)로 지속적인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년 6개월간 160호 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129ha(39만여평) 규모의 과수원이 폐원됐다.

그러나 올해는 이미 지난해 피해면적의 2.3배에 이르고, 지금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열대거세미나방 노숙 유충. (사진=농촌진흥청)
열대거세미나방 노숙 유충. (사진=농촌진흥청)

◇열대거세미나방, 중국 통해 매년 반복적 피해 우려
옥수수 등에 큰 피해를 입히는 열대거세미나방(Fall Armyworm, FAW)도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유입돼 농작물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달 13일 제주도 동부 구좌읍·조천읍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후, 현재 전라남도 무안·여수·해남·보성과 전라북도 고창 등에서도 발병했고, 최근 경상남도 밀양까지 확산된 상황이다.

보통 유충시기에 식물의 잎과 줄기를 갉아먹으며 피해를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기주식물은 80여 작물로 광범위한데, 특히 옥수수 작물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열대거세미나방은 유충단계에 약제를 살포하면 방제할 수 있다. 그러나 확산속도가 워낙 빠른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생애 동안 평균 1000~1500여개의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왕성하다.

또, 성충은 하룻밤에만 이동하는 거리가 100킬로미터(㎞) 이상이며,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알을 낳는 특성이 있어 방제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아프리카 대륙과 동남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올 초 중국으로 유입되면서 국내까지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겨울철 기온이 10℃ 이하 내려가는 지역에서는 활동할 수 없는 등 월동이 불가해 국내에 정착할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에서 매년 날아와 반복적인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앞줄 오른쪽 네번째)과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계자들이 김해공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캠페인을 진행한 모습.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지난 6월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앞줄 오른쪽 네번째)과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계자들이 김해공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캠페인을 진행한 모습.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백신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유입 시 구제역 대란 이상 피해
국내에 유입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에 대한 농가의 두려움도 무척 크다.

지난 5월 말 북한에서 발병 확진 판정이 나면서 공식적으로 ASF 바이러스가 한반도에 유입됐다. 더욱이 여름휴가 성수기를 맞아 중국·베트남 등 ASF 발병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불법 휴대 축산물 반입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만 발병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는 이르면 4~5일 안에 고열·출혈 등의 증상이 보이고, 증상 발견 뒤 1~2일 사이에 폐사에 이른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관련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100%에 가깝다. 

때문에 ASF가 발병하면 현재로서는 살처분 밖에 방법이 없다. 업계는 ASF가 국내에 유입될 경우 양돈산업의 초토화를 우려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예방 백신이 없는 ASF에 감염될 경우 발생농장뿐만 아니라 인근 농장까지 돼지를 살처분해야 한다”며 “국내 유입 시 양돈산업은 300만두 이상의 돼지를 살처분한 2010~2011년의 구제역 대란 이상으로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ASF의 확산으로 7월 현재까지 중국에서는 돼지 116만마리, 베트남 300만마리, 몽골 3120여마리 등이 살처분 또는 폐사처리됐다.

◇전염병 피해 최소화 위해 범부처 대응 총력
이에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 정부는 과수화상병과 열대거세미나방,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전염병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과수화상병의 경우 화상병연구협의회를 구성하고, 발생원인 구명과 저항성 품종개발 등 방제를 위한 기반연구 과제를 선정해 추진할 방침이다.

또, 과수화상병 등 고위험 식물 병해충 연구기술 개발을 위한 약 490억원 규모의 예산을 책정해 내년부터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열대거세미나방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방제농약의 직권등록과 예찰·방제 매뉴얼 마련, 국경검역 강화, 공항만지역의 예찰트랩 설치를 추진 중이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클 경우, 농식품부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병해충예찰·방제대책본부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역시 농식품부 외에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지난 6월부터 협의체를 꾸려 공동으로 국경검역·불법축산물 단속·남은 음식물 급여관리 등의 방역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특별관리지역을 기존의 10개 시·군에서 14개 시·군으로 확대 지정하며 국내 유입 차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양돈업계 의견을 수용해 이달 25일부터 돼지를 포함한 가축에게 남은 음식물을 직접 처리해 급여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parkse@shina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