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농산물 가격폭락, 정부 ‘땜질처방’이 문제다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폭락, 정부 ‘땜질처방’이 문제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19.07.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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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마늘 등 농작물 가격폭락이 올해도 어김없이 농가를 힘들게 하고 있다.

양파는 현재 20킬로그램(㎏)당 도매가격이 8000원 초반대로, 평년 때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마늘 산지가격도 1000원대 후반으로 지난해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양파의 경우 재배면적은 평년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과잉 생산된 물량만 12만톤(t)에 이른다. 12만t 물량은 단일 작물로는 역대 최대치라고 한다. 마늘은 재배면적이 늘면서 평년보다 20% 가까이 생산량이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남 무안과 경남 창녕, 충남 서산 등 주산지에서는 농가들이 ‘양파·마늘 농민 다 죽는다’, ‘정부와 농협은 제대로 된 수매대책 세워라’ 등의 현수막을 내걸며 호소하고 있다.

물론 정부도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양파·마늘 등 공급 과잉된 물량을 시장 격리하는 한편, 특판 등 소비촉진 캠페인을 전개해 가격안정에 총력을 쏟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격리·소비촉진 캠페인은 사실 새로울 게 없다. 품목만 다를 뿐 매년 농산물 가격폭락 현상은 있어 왔다. 가까이로 지난해 말 배추와 무를 시작으로 양배추·대파·콩·감자는 물론 여름과일인 수박·참외, 고추·오이 등 과채류도 시세가 좋지 못하다.

고소득 작물로 유명세를 탄 아로니아는 한 때 킬로그램(㎏)당 3만원대를 호가했으나, 지금은 1000원대로 곤두박칠쳤다.

농작물 가격폭락이 매년 반복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현장에서는 정부의 ‘땜질처방’과 ‘뒷북행정’을 가장 큰 문제로 여기고 있다.

가격이 급등하면 가격안정이라는 이유로 수입량만 늘려놓고, 가격이 폭락하면 또 다시 예산을 들여 산지폐기 위주의 단기 처방에 급급하다. 매년 하는 농산물 수급 예측은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의 예상치가 엇갈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마늘가격 폭락 사태의 경우, 정부가 제시한 수매단가 ㎏당 2300원은 농가가 최소한의 생산비를 감안해 요구한 2500원 이상과 격차가 크다. 그나마 수매가 발표시기도 한참 뒤늦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들이 많다.

정부는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폭락을 관행적인 일로 더 이상 치부해서는 안 된다. 먹거리 수급은 식량안보와 직결된다.

우선적으로 더욱 면밀하고 구체적인 재배의향 조사와 함께 작물의 생산·수요 데이터 등을 종합 분석해 예측 정확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농가 소득안정 차원의 농산물 최저가격안정제와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개호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만성적 공급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채소산업발전대책을 연내 수립한다고 밝혔다. 농업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대책이 되길 기대해본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