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은 어떤 범죄를 저지른 바로 그 사람을 말한다. 어떤 범죄가 발생하면 진범을 잡기 위해서 경찰이나 검찰 등의 수사기관에서는 증거를 수집하고 피의자, 참고인 등을 조사한다. 법원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 그 진범이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 적절한 형벌을 부과한다.
영화 ‘진범’(감독 고정욱)은 살해된 아내의 진범을 잡기 위해서 피해자 남편과 피의자 아내의 위험한 공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우리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친구, 가족 등의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정확한 것인지, 얼마나 확고한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작품 속에서, 살인 사건 피의자의 아내 다연(유선 분)은 아내를 잃은 남편 영훈(송새벽)을 살인범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이처럼 타인을 형사처벌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 무고죄에 해당하는지 알아본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무고죄를 통해서 보호하려는 것은 국가 심판기능의 적정한 행사와 무고당한 사람의 법적 안정성이다.
현실에서 무고죄는 고소, 고발당한 피고소인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고소인, 고발인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고소인이 무고죄로 고소당하면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무고한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타인에게 자기 자신을 무고하도록 교사하면 무고죄의 교사범이 성립될 수 있다.
무고죄에서 허위신고의 상대방은 ‘공무소, 공무원’이다. 모든 ‘공무소, 공무원’을 의미하지 않고, 형사처분, 징계처분을 할 수 있는 해당 관서나 그 소속 공무원을 말한다. 검사나 사법경찰관, 국세청장 등은 ‘공무원’에 해당하나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공무소’에 해당하지 않는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허위사실을 자발적으로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여야 한다. 허위사실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서, 그 신고된 사실로 인하여 상대방이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을 말한다.
객관적으로 진실이면 정황이 다소 과장된 경우나 죄명을 잘못 적은 경우, 범죄 주체를 잘못 적은 경우라도 허위신고는 아니다. 허위신고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고소기간 경과나 공소시효 완성이 분명한 경우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신고하면 무고죄가 성립될 수 있다.
허위 신고는 자발적으로 해야 무고죄가 성립한다. 수사하는 조사관의 요청, 수사기관의 신문에 의하여 허위 진술하는 것은 허위신고가 아니다. 그렇지만 고소장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을 고소보충조서를 받으면서 자진하여 허위진술을 하면 무고죄가 성립될 수 있다.
피의자의 아내 다연은 피해자의 남편 영훈이 아내를 살해한 살인범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었지만 자발적으로 신고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다연에게는 무고죄가 성립되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 실체적 진실에 반하여 진범이 아닌 사람이 처벌될 수 있다.
우리는 수사, 재판 등을 통해서 범죄와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밝혀가지만 수사, 재판 등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 실체적 진실에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사건의 당사자도 실체적 진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만 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왜곡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