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뉴욕타임즈는 15일 아베 신조 총리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그대로 따라한다면서 모호한 국가안보를 내세워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며, 경제와 안보를 결합해 한국과의 무역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배경에는 정치·경제적 문제들에 대한 아베 정권의 포석이 깔려있다. 21일에 있을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일본 야당은 상당지역에서 단일화를 통해 자민당 의석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헌법 개정을 위한 3분의2석 확보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14일 18세 이상 유권자 2만68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9%를 기록하며 지난달 말에 비해 오히려 7%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경제의 부활이라던 ‘아베노믹스’도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은 오히려 줄었으며, 달러 강세로 수출경쟁력은 떨어지는데다 내수도 부진하다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장기 디플레이션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아베 정권은 정략적 해법으로 한국에 대한 징용배상문제를 반도체 핵심 소재 및 설비에 대한 수출규제로 연결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 반응이 아쉽다. 제국주의 망령과 우경화를 정치 전략으로 삼은 일본에 맞서 민족주의로 맞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문 대통령의 강한의지 표명도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보다 정제되고 세련된 주변의 뒷받침이 절실해 보인다. 청와대 안보실 차장은 국채보상운동을 꺼내들고 조국 민정 수석은 죽창가를 SNS에 올리는 등의 일들이 현대의 한일 외교를 풀어가는 과정이나 국익의 측면에서 그리 바람직한 접근 방식은 아니다.
민초에서 일어나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정도는 지켜보면 될 일이지만 정권의 핵심에서 국민감정을 부추기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 한일 대치 상황을 풀어가는 해법에 있어서 과연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1965년 한일협정에 따라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 징용문제를 제3국 중재위원회를 설치해 협상할 것을 요구 하고 있다. 18일 답변시한에 정부가 거부의사를 밝힐 경우 일본은 규제의 폭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수만 가지나 되는 반도체 소재나 설비에 대한 경제적 대안을 몇 천억이 됐든 추경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 원천기술 확보에 뛰어든다는 것도 경제적 실익은 크게 없어 보인다. 국제사회 공조와 외교적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
일본의 제재조치에 대한 해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야, 재계가 먼저 내부결속을 다지지 못한다면 일본 제재에 제대로 된 대응은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부디 냉정함을 되찾고 일치단결해 담판에 나서주기를 당부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