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화학 ‘새 판 짜기’ 본격 돌입…비정유 부문 확장
정유업계, 화학 ‘새 판 짜기’ 본격 돌입…비정유 부문 확장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7.1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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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사, 종합 석유화학기업 도약…사업경쟁력 강화 기대
롯데-GS·에쓰오일 등 2020년대 초 석유화학 사업 첫발 승부수
에쓰오일(S-OIL)의 복합석유화학 시설(RUC/ODC)인 올레핀 하류시설.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S-OIL)의 복합석유화학 시설(RUC/ODC)인 올레핀 하류시설. (사진=에쓰오일)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시설 투자에 적극 나서는 등 종합석유화학회사로 변모하면서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이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정유사업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2020년대 초까지 석유화학 생산 시설 가동을 목표로 석유화학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선다.

우선 GS에너지는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8000억원 규모의 대형 석유화학 사업에 투자한다.

GS에너지는 15일 롯데케미칼과 시그니엘 비스페놀A(BPA)와 C4 유분 제품을 생산하는 합작사 ‘롯데GS화학 주식회사(가칭)’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케미칼과 GS에너지는 각각 51%, 49%의 지분을 가진 합작사를 올해 하반기 설립한다.

BPA는 전기·전자제품, 의료용 기구와 자동차 헤드램프 케이스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의 원료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C4 유분은 탄화수소 혼합물로 추출과정을 통해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 인조대리석 원료인 삼차부틸알코올(TBA)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양사는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각사의 사업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합작사는 오는 2023년까지 8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BPA 제품 20만톤(t)과 C4 유분 제품 21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운다.

특히 GS에너지는 자회사인 GS칼텍스를 통해 합작사가 생산할 제품의 생산 원료인 프로필렌, 벤젠, C4 유분 등을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고 석유화학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앞서 지난 3일 현대오일뱅크도 자회사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충남 서산시 대산 아로마틱 석유화학 공장 증설에 26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로마틱은 혼합자일렌을 원료로 파라자일렌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으로, 생산된 제품은 합성섬유, 건축자재, 페트병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현대케미칼은 1000억원 규모의 증설공사를 이달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대코스모의 경우 1600억원 규모의 공정 증설 계획을 확정해 상세설계 중이다.

이번 증설을 통해 혼합자일렌 생산능력은 120만톤(t)에서 140만t으로 확대되고 파라자일렌 생산능력은 118만톤t에서 136만t으로 늘어난다.

에쓰오일(S-OIL)도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참석한 가운데 복합석유화학시설(RUD/ODC) 준공 기념식을 열었다.

이로써 에쓰오일은 자사의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람코에서 개발한 기술을 적용해 저부가가치의 잔사유를 휘발유와 프로필렌으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처리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인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을 생산한다. 이들 제품은 각각 연산 40만5000t, 30만t 규모다.

에쓰오일은 오는 2024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SC&D)를 신설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국내 정유·석유화학 분야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5조원이 투자됐다. 에쓰오일은 이번 신규 프로젝트의 성공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핵심사업인 정유·윤활·석유화학 분야에서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화학사업에 4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2013년에는 중국 최대 정유회사 시노펙과 함께 1조1550억원을 투자해 중국 우한에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건설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유업계가 미래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석유화학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면서 사업경쟁력 강화가 석유화학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