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日 소재 수출규제 대응 광폭 행보
이재용 부회장, 日 소재 수출규제 대응 광폭 행보
  • 장민제 기자
  • 승인 2019.07.15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日 출장 복귀 후 긴급 사장단 회의 개최…러시아 에칭가스 검토 예상
(이미지=삼성전자)
(이미지=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에 대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6일 간의 일본 출장에서 복귀 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비상계획 마련을 요구하며 대비책 마련에 나선 것. 특히 반도체뿐만 아니라 가전, 휴대폰 부문 사업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책을 주문하는 등 사업 전반의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오후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긴급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이달 초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6일 간의 현지출장을 마치고 돌아온지 하루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하며, 일본의 수입 통제가 확대될 경우 반도체 부품은 물론 휴대전화와 TV 등 모든 제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도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여기엔 ‘공장 운영 중단’이란 상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주문은 일본 출장을 통해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당초 증권가에선 일본정부의 규제에 자국 기업들도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사태가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 12일 일본정부와 진행한 ‘한일 양자실무협의’는 사실상 파행으로 치달았고, 최근 일본은 소재 수출규제 범위를 늘리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일본 출장에서 3개 핵심소재의 긴급물량을 확보했다는 추측도 나왔지만, 업계에선 불가능한 일로 내다봤다. 일본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에 반하는 행위를 현지기업이 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핵심소재의 긴급물량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선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이날 회의에서 “단기 현안 대처에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며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고,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소재의 거래선 다변화를 위해 국내 생산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해외법인으로 새로운 경로를 찾아볼 것으로 예상 중이다. 또 앞서 정부가 제안한 러시아산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의 활용 가능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