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日의 어이없는 ‘버르장머리’를 보며
[기자수첩] 日의 어이없는 ‘버르장머리’를 보며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9.07.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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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7일 오전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에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산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이들은 정해관 신통상징서협력관 국장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다. 일본 측이 먼저 면담을 요청했던 것이다.

일본 측 관계자들의 방문 목적은 같은달 11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가 일본이 제기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제소에 대해 1심 판정을 뒤집고 우리나라에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시 “판정과 관련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의견을 교환했다고 하지만 판정 결과에 따라 불리한 입장에 놓인 일본 측의 설명이 더 많았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지난 12일에는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별관을 찾았다. 이번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물자 수출 통제 과장급 실무회의 참석이 목적이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실무회의와 관련해 일본 측의 소명을 듣는 과정도 일종의 ‘협의’로 봤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경위를 설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설명회’에 불과하다며 과장급 회의로 격을 낮췄다.

당시 경제산업성 10층에 위치한 회의 장소에는 화이트보드에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글을 인쇄한 A4용지 2장 크기의 종이가 붙어 있었다. 우리 정부에 일방적인 설명으로 일관하겠다는 일본 측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특히 일본 측은 회의가 이뤄지기 전 취재진이 이 같은 연출된 장면을 사진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일본은 한일 분쟁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려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미국이 일본 측에 한미일 차관보급 협의를 제안했지만 일본이 일정을 핑계로 거부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지난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을 가리켜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고 했다.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우리 산업이 중장기적으로 대일의존도를 낮추는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