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사고’ 도의적 책임지겠다
“‘용산사고’ 도의적 책임지겠다
  • 김종학기자
  • 승인 2009.02.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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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법집행 강경 매도 서글퍼”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사퇴 표명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10일 ‘용산참사’의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의사를 공식 밝혔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 서경마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사고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 내정자와 서울경찰청장 직에서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용산 화재사고 이후 불법 폭력행위에 대한 비난에 앞서 정당한 법 집행을 한 경찰에 대한 책임만을 강요하는 일각의 주장에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며 “나의 사퇴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을 해소하고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는 “화재사고 발생 직후부터 (사퇴 여부를) 고심했다”며 “고위 공직자로서 순수한 개인적 판단이었고 어제 저녁에 청와대에 사퇴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검찰의 용산참사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용산참사는 극렬한 불법폭력행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며 “검찰의 수사로 실체적 진실이 명백히 밝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내정자는 이어 “수도 한복판에서 화염병과 벽돌, 염산병 등이 무차별로 날아드는 준 도심테러와 같은 불법행위가 더 이상 재발해서는 안 된다”며 “경찰의 엄정한 법집행이 ‘강경’과 ‘과잉’으로 매도당하거나 논쟁거리가 되는 서글픈 현실은 조속히 극복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김 내정자는 “용산참사로 순직한 고(故) 김남훈 경사와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슬픔에 잠겨 있을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전 11시 경찰제복을 입고 서경마루에 들어섰으며, 10여분에 걸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말없이 빠져나갔다.

김 내정자는 용산 철거민 진압과정에서 경찰특공대 투입을 요청받고 이를 최종 승인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으며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등으로부터 사퇴를 종용받아 왔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용산 철거민 건물점거 농성장에 경찰특공대를 투입, 강제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등 5명과 경찰관 1명 등 모두 6명이 숨지고 철거민 6명과 경찰 17명 등 23명이 부상당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김 내정자가 자진 사퇴함에 따라 청와대는 금명간 후임 경찰청장 내정자를 지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임 경찰청장 내정자에는 조현오 경기경찰청장과 강희락 해양경찰청장, 주상용 대구경찰청장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