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세훈‘용산참사’책임 공방
여야, 원세훈‘용산참사’책임 공방
  • 양귀호기자
  • 승인 2009.02.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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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정치적 중립 지켜 직분에 충실”
민주 “행안부 장관이었던 원 내정자도 정치적 책임져야” 한나라 “경찰청 업무도 분리되어 있어 책임질 일은 없다”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한 10일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원 내정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집중적인 검증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원 내정자 자녀의 군 복무시 특혜 의혹과 원 내정자 부인의 경기도 포천 및 이천 땅투기 의혹, 반포동 주택 미등기 전매 의혹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며 그의 도덕적 흠결을 들춰냈다.

특히 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해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함에 따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던 원 내정자도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경찰청은 행안부의 지시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업무도 분리되어 있어 원 내정자가 책임질 일은 없다”며 그를 옹호했다.

여야 의원들은 용산 참사와 관련해 사고 당시 행안부 장관인 원 내정자의 책임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용산 참사는 시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할 정도의 위기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주무부서 장관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김두관 전 장관도 당시 한총련 학생들의 시위를 잘 막아내지 못했다며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됐다”며 “(이번 사건도) 주무장관에게 심각한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은 “현행 정부조직법상 치안정책 부분은 주무 장관이 관여하거나 결정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치안업무는 관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행안부와 경찰청은 정치적·법적으로 단절돼 있다”며 원 내정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이해봉 의원도 “과거 경찰청이 내무부 장관의 보조기관인 치안본부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권력을 남용했다”며 “이에 대한 반성론에 따라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경찰청을 외청으로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원 내정자는 “경찰과 관련한 정책적 사안은 직접 챙기지만, 지역별 구체적인 사안까지 직접 지휘를 하지는 않는다”며 “(행안부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맞지 않다”고 책임을 부인했다.

그는 “행안부 장관 재임 중 불행한 사건이 발생해 유감”이라며 “그 부분은 앞으로 잘 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원 내정자의 도덕성 검증 과정에서 반포 주공아파트 매입 투기, 경기도 포천 농지 위장 매입, 경기도 이천 땅 투기 의혹 등을 제기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질의에서 “국토정보시스템 상에 1999년 5월 원 내정자의 부인 이씨 ‘외 1명’이 경기도 포천 땅을 8000만원에 매입한 기록이 있지만, 등기 (등록은) 같은 해 7월 19일 (원 내정자의) 누나 이름으로 돼 있다”며 “‘외 1인’은 누나이며 땅을 매입한 뒤 매매 계약서를 쓰고, 누나 이름으로만 등기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위장매입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또 “(포천 땅은) 전답으로 외지인이 살 수 없는 곳”이라며 “농지법 위반, 부동산 실명거래법 위반, 공직자 재산 등록상 허위 등록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 내정자는 “인사청문을 준비하면서 처음 듣는 얘기”라며 “집사람은 (포천 땅) 계약을 한 적도 없고, 이와 전혀 관계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원 내정자가 비(非) 정보전문가인 공직자 출신이라는 점과 ‘TK(대구·경북), S라인(서울시청 출신)’측근 인사의 대표적 케이스라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원 내정자가 ‘TK(대구경북)’출신의 ‘S라인’인사인 점을 들어 “편파 인사의 대표적인 수혜자”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민 통합은 인사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오직 TK만 독식하고 있다는 비난을 원 내정자는 명심해야 한다”며 “스스로 국정원장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이해봉 한나라당 의원은 “원 내정자는 4살 때부터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TK인사로 볼 수 없다”며 “원 내정자도 괜히 TK라고 우대했다고 하면 억울할 것”이라고 옹호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정보기관에 비전문가가 가는 일이 없다”며 “비전문가가 가서 국정원을 망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정보기관 출신이 정보기관 수장으로 가게 되면 내부가 똘똘 뭉쳐 오히려 국정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며 “무슨 출신인가 보다 업무에 대한 학습능력과 조직 장악력, 정보 판단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정의화 의원도 “상식적으로 본다면 국정원의 고위 간부들, 원장·차장·기조실장은 전 현직의 정보 전문가 중에서 발탁함이 바람직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원세훈 내정자를 국정원장에 임명한 이유는 국정개혁이 굉장히 중요하고 여기에 원세훈 후보가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민주당과 선진과창조의모임 등 야당의 반대 속에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