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학생 충원·재지정평가 ‘이중고’… 스스로 ‘일반고’ 전환 나선다
자사고, 학생 충원·재지정평가 ‘이중고’… 스스로 ‘일반고’ 전환 나선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9.07.1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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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중앙고·남성고·경일여고 신입생 미달로 일반고 전환 신청

최근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가 재지정평가 문제를 겪는 가운데 신입생 충원에도 문제를 겪는 자사고가 생기면서 스스로 일반 고등학교로 전환하는 학교들이 나오고 있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전북 군산시 군산중앙고와 익산시 남성고, 대구 경일여고가 관할 교육청에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 이들 학교는 모두 내년 재지정평가(운영성과평가) 대상으로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어온 곳들이다.

자사고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비교적 폭넓게 보장되는 대신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다. 이에 학생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수입이 줄어 학교운영에 어려움이 생긴다.

군산중앙고는 최근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것과 함께 지역경제마저 어려워지면서 학생모집에 문제가 생겨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다. 군산중학교는 280명 모집에 174명이 지원하며 신입생 입학경쟁률이 0.62대 1에 그쳤다.

익산 남성고는 학령인구 감소에 더해 내년 운영성과평가에서 자사고로 재지정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돼 일반고 전환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고 역시 올해 신입생 350명을 뽑는데 220명만 원서를 내 경쟁률이 0.63대 1을 기록했다.

경일여고도 올해 280명 모집에 94명이 지원하며 신입생 입학경쟁률이 0.34대 1을 기록하는 등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자사고는 2010녀 처음 등장했다. 그 후 이번에 신청한 3개 학교를 포함 총 14개의 학교가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했다.

교육계는 앞으로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에 나서는 자사고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중이 80%에 달하면서 내신 경쟁이 비교적 치열한 자사고의 인기가 시들해져 학생 충원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10개 자사고의 올해 신입생 입학경쟁률(일반전형)은 1.65대 1로 2.36대 1을 기록했던 전년도에 비해 떨어졌다.

하나고를 뺀 서울 21개 자사고 입학경쟁률(일반전형)은 1.30대 1(6231명 모집에 8073명 지원)로 2018학년도(1.29대1)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2017학년도(1.70대1)보다는 하락했다. 특히 경문고·대광고·세화여고·숭문고 등 4개교는 모집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었다.

서울 외 지역 자사고 11곳의 올해 신입생 경쟁률은 0.84대 1(3516명 모집에 2947명 지원)에 불과했다. 인천포스코고·안산동산고·해운대고·계성고·군산중앙고·경일여고·남성고 등 7개교에서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내건 교육 당국도 재정지원을 내세우며 자발적인 일반고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령을 고쳐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 지원액을 3년간 6억 원에서 10억원으로 늘렸다. 이에 서울에 있는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 시 교육청 지원까지 더해 총 20억 원을 받게 된다.

교육당국이 작년 고교입시 때부터 자사고도 후기고로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신입생을 선발하게 만든 점도 일반고 전환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일반고와 중복지원이 허용됐지만,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이 원하는 일반고에 가기는 이전보다 어려워지면서 자사고가 예전과 같은 경쟁률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