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물설은 데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이국땅에 오로지 남편 하나만을 믿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생각하며 찾아온 이주여성들에 대한 가정폭력이 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여기에다 파경이라도 맞을까 쉽게 신고도 하지 못하는 이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결혼이민 여성이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영상에는 남성이 여성의 뺨과 머리, 옆구리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는 모습이 보였다. 더구나 더 충격적인 것은 옆에는 두어 살 된 아이가 엄마를 외치며 우는 모습이었다. 있어서도 일어나지도 말아야 일이 아이 앞에서 버젓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인권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으로 상당수 이주여성들은 가정폭력과 인격모독, 소외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으며 한국 땅에서 살고 있다.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결혼이주 여성 체류실태’ 자료에 따르면 결혼이주 여성
920명 중 387명 42.1%가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은 폭행, 흉기 협박, 성적 학대, 한국식 생활방식 강요, 욕설 등으로 조사됐다.
출신 국가, 부모에 대한 모욕, 생활비 지급 단절, 본국 방문 및 본국 송금 방해, 외출 방해 같은 유형의 가정폭력에다 폭력 중 낮은 비율이지만 집밖에 나갈 수 없도록 하는 감금도 나타났다. 그러나 가정폭력을 경험한 이주여성 중 140명은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35명(25.0%)은 가정폭력을 경험한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게 창피하다는 이유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여기에서 보듯 우리사회 내부에는 인종편견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열등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좋지 않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우리 사회 민낯이 된 지 오래다.
필리핀에서 행복한 결혼을 생각하고 한국으로 시집 온 한 결혼이주여성은 돈을 벌어다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1년 가까이 남편으로부터 심한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 “처음에는 욕을 했어요. 욕하면 잘 모르잖아요. 그러자 온돌 위에서 머리채 잡고 흔들었고요. 발로 마구 때렸어요.” 라고 하소연 했다.
중국 결혼이주여성도 결혼한지 얼마 안될 때 부터 남편이 술만 먹으면 폭언과 폭행을 행했다고 한다. 평소에 수줍음이 많고 착한 남편이기에, 그는 곧 좋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이 술을 먹는 날은 늘어나고, 얌전하던 사람이 돌변해 발로 차는 등 폭력을 가하는 날도 늘어났다며. “모든 걸 버리고 고향으로 가고 싶지만 아이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면서 “아이가 크면 돈도 많이 들어가야 하니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변하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한숨을 내 쉬기도 했다.
결국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열등한 나라의 사람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좋지 않은 경향과 편견으로 외국인 아내들이 가정폭력의 희생양이 되고 마는 안타까운 현실일 것이다.
가정은 우리의 영원한 희망이다. 또한 가정은 각박한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에게 쉼과 행복을 주는 유일한 곳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인간성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없는데 사랑이 있을 리가 없다. 우리 모두 상대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행복하고 건전한 가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공동체는 자연스럽게 밝아지고, 튼튼해 지며, 밝고 명랑한 사회가 된다. 이점을 명심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